Tejka Pezdirc - 떼이까 페즈디르츠 개인展

 

 

 

 

 

 

 

갤러리 블랭크는 〈Install : Uninstall〉의 테마로 2014년 1월 1일(수)부터 2014년 2월 10일(월)까지 Tejka Pezdirc - 떼이까 페즈디르츠의 개인展 〈Harpies · 하피〉를 기획 전시한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떼이까 페즈디르츠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기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관련한 드로잉과 함께 전시평문, 작업노트 그리고 인터뷰 등이 공개된다.

 

현대미술은 회화나 조각, 사진을 넘어 설치, 미디어, 인터렉티브 등 다양한 매체로 그 장르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관람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이해와 상상, 적극적인 감상태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작품 제작에 있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장르의 구분이 지금 소개하는 떼이까 페즈디르츠 작가에게는 다소 무의미하다. 깊은 사색을 통한 정체성의 의문을 기이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행위 하는 그녀의 작업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장르로서 바라볼 때 생경하기만 하다.

 

전시의 타이틀인 〈Harpies · 하피〉는 신화 속 인물로 '빼앗은 자'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늙은 여자의 얼굴로 날개를 달고 등장하여 죽은 자의 영혼을 지하에 운반하거나 고통스러운 징벌을 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가 친근한 유럽에서는 무엇인가 물건이 사라지면 하피가 다녀갔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떼이까의 〈Harpies · 하피〉시리즈는 개인에게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얼굴이 사라져버린다면 그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하피에게 정체성을 빼앗긴 인물들을 추격하고 흑백사진으로 이를 기록함으로서 관람자들에게 존재에 대한 의문과 사색을 유도한다.

 

하피가 복수형(Harpies)으로 쓰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7명이다. 7이라는 숫자를 즐겨 사용하는 작가는 이 퍼포먼스를 위해 7명의 낯선 모델을 섭외하여 숲속과 류블라냐 거리에서 작업을 진행하면서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육체가 어떻게 반응하고 변형되는지 발견해보고자 했다. 장소의 이동은 새가 둥지를 트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떼이까는 평소 명상이나 요가를 즐기며 동양적 사색을 즐기면서 존재를 구성하는 육체를 관찰하고,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변화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녀의 사색은 글이나 빠른 스케치로 남겨지기도 하며 오래된 사진과 같은 오브제와 결합하여 풍부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평면과 조각의 경계를 원치 않는 그녀답게 결과물은 드로잉이나 사진 그리고 설치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구 200만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에서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해외의 많은 나라로 흩어져 경험을 쌓고는 하는데, 떼이까 역시 스페인 등지에서 디자인,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며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부재와 침묵 안에서 존재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떼이까의 작품은 이미지에 의존하여 정체성을 인식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인류의 탄생으로부터 지속되었을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각자의 삶과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괴기스러운 가면의 형상과 조금은 어렵고 낯선 그 의미를 통해 딱딱해진 사고의 틀을 확장시켜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