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

리얼리티에서 인덱스로, 비가시(非可視)로.

 

임상섭 작가는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지구의 기형적 변화를 디지털 몽타주 기법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도시 문명의 진화 속에 끊임없이 파헤쳐지는 땅과 풍경에 대한 기록이 사진에 대한 그의 ‘사명감’이라고 말한다. 46억년 전 이 땅의 근원과 계속되는 진화,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는 그의 작업은 조용하고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작업은 산허리가 잘려나간 영종도 채석장의 기괴함에서 출발하여, 곳곳의 도시 개발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이 잔혹한 욕망의 흔적을 찍고, 지구의 형상 구(球) 속에 이를 투영한다. 별 가득한 우주 속에,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차가운 빙하 속에, 뜨거운 행성 옆에 영겁의 시간을 품어 온 지구는 지금 여기서 뜯기고 찢기고 갈라져, 인류 문명의 '진화'라는 허울 속에 점점 사라져간다. 작가의 상상대로 어쩌면 지구는 1000년 후 아니, 100년 후,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임상섭 작가의 《The Earth+》 작업은 '땅과 풍경'이라는 소재 밑바닥에 '시간의 응축과 소멸(消滅)'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본연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 여기, 실재를 담아낼 뿐 아니라, 인간의 잔혹한 욕망의 증거와 가시(可視)화된 욕망의 결과로 인한 멀지않은 미래의 상실과 부재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현대 사진의 힘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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