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록, 그 고요한 숲.

 

노주용 작가는 숲을 그린다. 작가의 작업은 과거 어린 시절 동무들과 뛰놀던 숲 속에서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잔가지로 뻗어나가고, 어느 순간 현재의 기억들과 만나 얽히고설킨 나무들로 자라나 이내 울창한 숲을 이뤄낸다. 흡사 인간 두뇌 속 기억의 신경세포 뉴런마냥 얽히고설킨 수많은 선들은 때로는 굵게, 때로는 얇게 강약을 조절하며 숲과 작가, 빛의 알고리즘에 의해 정교하게 구성된다. 작가의 작업 앞에 우리는 실로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본다. 그리고 다시 숲을 보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눈을 감는 순간, 울창한 숲 속에 기록된 작가의 기억들이, 그리고 너와 나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노주용 작가는 이번 일곱번 째 개인전 《기억의 숲》에서 그간 선보였던 아크릴 작업의 숲연작과 함께 유화로 시도된 새로운 신작들도 선보일 것이다.

 

기표와 기의가 분리되는 현대 사회에서 작품은 더 이상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닐 수도 있다. 작품이 결코 작가 혼자만의 고립된 산물이 아닌 작품 밖 사회, 문화, 시대를 담아낼 때,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주용 작가 주체의 ‘기억의 기록’인 숲은 가치의 해체와 결합의 반복을 거듭하는 현대 사회의 소란 속에서 숲이 주는 안락과 평온, 고요한 삶을 찾는 현대인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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