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블랭크는 〈 환영 : Illusin 〉을 테마로 2014년 11월 12일（수）부터 12월 31일（수）까지 임지민의 개인展 〈 부재 · 父在 〉를 기획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임지민 작가의 회화 10여점을 감상할 수 있으며, 관련한 전시평문, 작업노트, 인터뷰와 함께 전시기간 중에 작가의 에피소드도 공개될 예정이다.

 

누구에게나 아버지의 존재는 소중하지만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임지민에게 그 존재는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 밀려드는 상실과 불안의 감정을 마주하며 작가는 그리운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의 시선이 담긴 사진앨범을 찾아보게 된다. 풍경을 주로 그렸던 아버지는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평소 사진을 자주 찍었고, 주변 인물들과 특히 아내, 어린 자녀들에 관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임지민 작가는 익숙한 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 낯선 느낌, 감정들을 캔버스로 차분히 옮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70, 80년대에 촬영된 사진에는 비록 아버지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가 카메라를 들고 바라보았을 가족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묻어난다. 한복을 입고 신혼여행을 떠났던 당시의 결혼문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주택의 형태나 가구 등의 배경 또한 흥미롭다. 여성스러운 꽃무늬 벽지, 패턴이 있는 커튼, 소파와 같은 소품들이 중앙에 자리 잡은 인물을 부각시키며 화면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과 가족사진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점차 친척, 지인으로 범위를 확대하였고, 지금은 작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타인의 사진도 수집하여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오래된 사진과 본인 사이에서 느껴지는 단절과 비어있는 시간을 이어가는 작업 과정은 임지민에게 있어 부재하는 대상과 조우하는 방법이었다. 사진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결과물인 회화에는 작가만의 해석과 일관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최근 캔버스 작업과 병행하고 있는 드로잉은 기존의 작업과 달리 손, 발과 같은 부분을 확대하여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견고하고 함축적인 캔버스 작업에 비해 드로잉이 응축된 생각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였다.

 

인생에서 뜻밖의 사고와 문제들을 마주할 때 절망하고 낙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성숙하고 발전한다. 안타까운 사고 소식들이 끊이지 않았던 한 해였기에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임지민의 작품은 사진 속 아버지의 시선과 조우하며 존재의 의미를 새로이 찾고, 부재의 상실을 극복함으로 그 개념의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존재와 부재의 간극 사이에서 무감각해지지 않고, 깊이 이해하며, 느끼고 표현하는 작가만의 성찰이 감동을 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