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블랭크 2015년 1월 15일(목)부터 2월 28일(토)까지 〈환영 : Illusion〉을 테마로 한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안경 쓴 사람 : Four Eyes〉라는 타이틀로, 디자인적 구성과 드로잉적인 터치가 돋보이는 강소연의 회화 12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신작 외에도 관련한 전시평문, 작업노트, 인터뷰와 함께 전시기간 중 작업 에피소드도 공개될 예정이다.

 

어떤 대상을 응시하거나 관찰하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일상 속 여행과 같은 일이다. 그저 스쳐지날 수 있는 사물에게서 특별한 성질을 발견하며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관점과 시선을 깨우치기도 한다. 작가는 여러 국가의 도시에서 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며 경험한 이국의 낯선 듯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이러한 관찰을 지속하였다. 창 너머로 보이는 먼 산을 바라보다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작가는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일상세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의 개념을 전개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강소연은 미대에서 디자이너로서 훈련받으며 개념을 구체화시키고, 색과 형태를 익혀왔을 것이다. 그러한 작가에게 네모난 수장장과 투명한 안경의 쓰임새와 형태, 색감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적절한 도구였다. 반사와 굴절이라는 물리적 성질과 무언가를 투영시키는 두 소재는 수차례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설치, 사진 등의 실험을 통해 점차 막이라는 주제로 발전하였다. 무언가를 감출수도, 내보일 수도 있는 막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사물의 본질과 존재를 가리거나 드러낼 수 있는 경계로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되거나 눈을 잃고 해체되어가는 인물로 캔버스에 형상화되었다.

 

그간 작가가 사용해온 재료들은 유화물감, PVC, 오일스틱, 필름, 판넬 등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전반은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사용하였지만 〈맨투맨 시리즈 Man-to-Man Series〉, 〈선잠 Light Sleep〉, <가볍게 취한자들 Light Drinkers〉와 같은 작업에서는 캔버스에 합판, PVC 등을 레이어드하여 표현하였다. 이는 막의 개념을 담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 대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과물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것인지, 외부의 이미지가 내부로 관통되어 인식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소연의 작품을 통해 보이는 것이 결국 관람자가 가진 인식의 방향대로 읽히는 것처럼 그녀의 작업은 우리 삶의 주체와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환기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