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에서는 《조덕현 개인전: ‘꿈’》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의 소재와 연관된 다양한 강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번 주 토요일, 부산대학교 김려실 교수의 강연 “근대 아시아영화의 지정학과 상하이, 만주의 조선영화인들”을 진행합니다.

1층 전시실을 구성하고 있는 일련의 신작 <조덕현 이야기>는 작가와 동명이인인 조덕현(1914~1995)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삶을 추적하면서 개인의 서사가 어떻게 거시적 역사를 상징해낼 수 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전시에서 조덕현은 젊은 시절인 1930년대 상하이와 195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에 영화계의 저변에서 활동했던 배우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고 시류에 편승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 가상의 인물 조덕현의 삶은 오히려 굴절과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본 강연은 이러한 전시의 배경이 되는 근대 아시아 영화의 문화정치적 지정학, 그리고 상하이와 만주에 거주했던 조선 영화인들의 행보에 주목합니다. 조선 문학에서 상하이와 만주의 표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상하이와 만주에서 활동했던 조선 영화인 중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당시 한중일 아시아 영화의 지정학은 어떠했는지, 마지막으로 196,70년대에 유행했다가 다시 최근 한국영화에서 뚜렷해진 경향, 만주웨스턴과 상하이 첩보물의 부활에 대해 되짚어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