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ry

이미경 Lee, Me Kyeoung

정영주 Jung, Young Ju

2011. 11. 15(Tue) – 12. 4(Sun)

Opening Reception : 2011. 11. 15(Tue) 18:00

space O'NewWall

현재 우리들의 삶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과 더불어 한 점으로 모든 가치가 수렴되는 시대를 우리는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해야만 하고 빠른 변화에 자신을 적응시켜야만 하는 도시의 삶은 어쩌면 속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스페이스 오뉴월의 展은 잠시 그 속도를 멈춘다. 잠시 멈춰 서서 잊혀가는 것들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고자 한다. 이미경, 정영주 작가의 시점이 다른 오래된 집들과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골목 풍경은 그렇게 우리를 잠시 멈춰 세워 옛 기억을 더듬게 만든다.

마을 어느 곳 초입에나 자리 잡은 구멍가게는 시골 사람들에게 공산품을 제공하고, 외부의 소식을 전해주는 마을의 사랑방이/었다. 그 곳은 개인의 역사가 깃든 장소임과 동시에 시골 삶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미경 작가의 가늘고 날카로운 펜이 그리는 그 구멍가게들은 도시의 속도와 더불어 계속해서 사라져간다. 필자가 기억하는 외가의 구멍가게는 신도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명절날 용돈을 손에 쥐고 뛰어가 사촌들과 함께 몇 종류 안 되는 과자와 장난감 앞에서 고민하던 기억은 이미 아스라하다.

하늘을 조각내는 허공의 전깃줄과 주황색 백열등이 켜진 정영주의 밤 풍경은 옛 골목과 그 속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옹기종기 모인 집들 사이 골목에는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진다. 달빛 쏟아지는 골목 어귀에서 어느 시인은 가난한 사랑을 노래했다. 그렇게 작은 집들에는 가족의 따뜻함이 있/었고, 집들 사이 골목에는 희망찬 유년의 기억 혹은 청년의 뜨거운 사랑이 담겨 있다. 반면 어떤 이에게는 끔직한 가난의 기억일지도 모르는 그 달빛 가득한 동네는 이제 몇몇 남지 않았고 기억 속으로 멀어져간다. 과거의 것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시간이 천천히 흘렀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기억을 통해 현재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실마리는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선 잠시 멈출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삶 속에서 여유라는 작은 틈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늦은 가을 성북동 스페이스 오뉴월은 Scenery展을 통해 잠시 여유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