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기획_심혜은 ‘Stay for a While’ 展 전시장소:갤러리도스 신관

갤러리 도스 기획

심혜은 ‘Stay for a While’ 展

2018. 11. 14 (수) ~ 2018. 11. 20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_심혜은 ‘Stay for a While’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28 (갤러리 도스 신관)

■ 전시기간: 2018. 11. 14 (수) ~ 2018. 11. 20 (화)

2. 전시내용

flowers on 'ball oasis'_01, archival pigment print, 65x62.5(cm), 2018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린 것이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막을 내렸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바벨탑의 저주는 오늘날 현대 문명사회에 만연한 마천루의 저주에 빗대어 표현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도 쌓아 올려 졌을 이 바벨탑과 같은 이기심의 결과물은 실제로 인간은 신의 영역을 넘어섰는가에 대한 질문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존속(存續) 혹은 시간을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초월한다. 그러나 짙고 짙은 소비 문명 사회에서 인간은 한 곳에 뿌리를 박은 생명체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여 이미 소실된 생명체의 삶을 일시적으로 살려 그 죽음을 유예시키는 초월적 행위들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훼 산업이다. 그리고 오늘날 이토록 번영한 화훼업은 건조한 바빌론에 조성된 인조 공원이었던 공중 정원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공중 정원은 건조한 바빌론에 조성한 인조 공원으로 층마다 온갖 나무와 꽃을 심겨져 있었으며 필요한 물은 노예들에 의해 유프라테스 강에서 운반되어 충당되었다. 광활한 자연에 균열을 내고 인공적 자연을 조성하여 인간의 시선 아래에 생명을 굴복시키고 향유하고자 했던 인간의 오만함은 현대에 단발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닌, 기원전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도 엿보이다시피 오랜 역사 속에 지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심혜은 작가의 《Stay for a While》전시의 연작은 이 지점을 조형적 언어로 풀어내어 관객에게 철학적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Rescue for a While〉 두 개의 영상은 실제로 전문 플로리스트로도 활동을 했던 작가가 꽃을 다듬어 가지런하게 준비를 하는 것에서부터 화려한 색상의 꽃들을 능숙하고도 감각적으로 오아시스에 꽃꽂이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강렬한 색감의 꽃과 어두운 배경은 흡사 네덜란드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가 다루는 죽음의 전조로서의 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물을 머금은 오아시스가 없이 꽃꽂이가 이루어진 <Flowers without Water> 영상은 뿌리가 절단된 채 인공적으로 재배열된 꽃이 이윽고 얼마나 무기력하게 쓰러져가는 지를 처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Flowers on ‘Oasis’》 사진 연작들에 이르게 되면, ‘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바니타스 정물화의 꽃이 아님을 직면하게 된다. 작가는 오히려 죽음의 전조로서 꽃이 아닌, 가장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하는 의미로서 꽃에 대한 초상화를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정물화와 달리 초상화의 역사에는 ‘죽을 운명의(mortal)’ 인간을 ‘불멸의(immortal)’ 상태로 남기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해있다. 그것은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영웅적인 순간을 찰나가 아닌 초상화로 제작하여 그 시간성을 박제하고자 욕망이다. 그리고 이 찰나의 순간이 박제된 꽂혀진 꽃 초상화 화면에서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오아시스, 꽃의 생명을 존속시키거나 혹은 유예시키는 도구들의 표출로 인한 불편함에서 기인한다. 보조적 장치들은 포장지나 천에 의해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일종의 푼크툼(punctum)을 자극한다. 특히, 핀 홀더에 꽂힌 꽃 초상화에서 꽃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나 소담한 반면, 핀 홀더는 찔림의 고통(pin and pain)이라는 촉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심혜은 작가가 조성한 생명체의 인공적 재접합은 무수히도 많이 희생되었을 바빌론의 공중정원과도 같은 꽃꽂이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또 기록하고 있다. 작가는 꽂혀진 이 꽃들이 이내 곧 소멸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찬란한 순간을 묶어두고자 초상화, 영상물로 제작함으로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자각과 그 이기심으로 스러져간 꽃에 대한 헌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평론 백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