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기획_김수현 ‘Becoming a Plant’ 展 전시장소:갤러리도스 본관

갤러리 도스 기획

김수현 ‘Becoming a Plant’ 展

2018. 12. 19 (수) ~ 2018. 12. 25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_김수현 ‘Becoming a Plant’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8. 12. 19 (수) ~ 2018. 12. 25 (화)

2. 전시내용

시간을 담은 유기체의 탄생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

우리는 언제나 시간 속에 살고 있으며 시간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시간이란 그저 단어뿐인 추상적 개념이지만 무엇인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렇듯 흘러가는 시간이 남긴 흔적을 기록하고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김수현은 그중 자신만의 기록 매체로 파라핀 왁스를 택한다. 왁스를 붓고 녹이고 굳히는 과정 안에서 작품은 자라나고 완성된다. 왁스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상태에서 멈춰버린 작품은 시간의 흐름과 흔적을 한 몸에 담고 있다.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한 작품의 탄생은 여느 생물의 성장과 다를 바가 없다. 작가는 시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이용해 하나의 생명과도 같은 작품을 만든다.

화분에 담긴 왁스 덩어리의 형상은 살아있는 식물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단지 무기물이었던 왁스는 작가의 육체적 노동력과 정신적 애정을 바탕으로 비로소 유기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작품은 식물의 형태만을 닮은 것이 아니라 모종을 화분에 심고 간헐적으로 물을 주는 주인의 애착으로부터 자라나는 성장 과정까지 비슷하다. 감상자들은 작가가 키워낸 화분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이들을 식물로 인식하고 나아가 전시공간을 정원으로 착각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작품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이 변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 속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아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경외감을 느꼈던 작가는 그 감정을 그대로 작업에 투영한다. 가늠할 수 없이 많은 유기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커다란 자연이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자연이 가지고 있는 경이로움을 재현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작가는 흔히들 생각하는 장식적이거나 화려한 느낌을 표출하지 않는다. 전혀 꾸밈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생성된 작품은 오로지 작가의 반복적 행위만을 기반으로 한다. 왁스 알갱이를 붓는 행위를 거듭하다 보면 작품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스스로 각자의 에너지를 가지게 되고 다양한 모양새로 변모하며 성장하게 된다. 김수현의 작업과정은 마치 생명의 탄생과 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느낌이어서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도록 만든다.

저마다의 존재에 대한 가치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작가는 되풀이되는 노동을 통해 점차 작품의 형상을 드러냄으로써 이에 생명을 부여한다. 그와 동시에 본인 또한 살아있음을 느끼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아낸다. 인내심을 가지고 일련의 수행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것은 엄청난 성취감을 가져다주며 이는 반복적 수행 속 감내했던 고통을 정화해준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 속에 놓인 나를 만나게 되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본인의 존재를 확인했던 시간 속에서 탄생한 작품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존재가치를 찾는 여정의 출발점을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