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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기미킴(gimi Kim)은 첫 번째 개인전 《아킬레스(Achilles)》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촬영한 필름 사진을 선보인다. 5년간의 기록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자해에 관한 〈Self-Harm Project〉와 여성 인물들의 초상 연작인 〈About Women〉, 그리고 트라우마로 인해 흐릿하고 거칠어진 기억을 담은 〈Achilles〉이다. 이를 통해 기미킴은 소외된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연대와 회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Self-Harm Project〉는 자해를 경험한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작가는 자해 경험이 있는 스무 명가량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이들은 신체를 훼손하거나, 파괴적인 관계를 맺고, 스스로를 착취하는 일에 동조한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가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었던 삶의 양식을 건드린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 작업은 빈도와 손상, 그리고 형태에 이르기까지 차이 나는 것들을 횡단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의 구체적인 현실의 증인이 되도록 촉구하고, 다양한 경험의 위치를 공유하며 연결감을 회복한다.
“한 개인은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성으로 형성된다. (One is not born, but rather becomes, a woman.)” 〈About Women〉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문장은 성 역할이 생물학적 본질주의에 귀속되지 않고, 상징적이고 구조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기미킴은, 사회적 억압의 경험을 드러내는 오브제를 동반한 여성들의 초상을 통해, 여성의 범주를 다시금 사유하게 하며 이분법적 성 역할을 교란한다.
그리고 트라우마로 인하여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던 시기에 촬영한 사진들의 무리, 〈Achilles〉가 있다. 이 제목은 아킬레스건으로부터 왔다. 발목 뒤에 위치한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동시에, 인간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근육이다. 이처럼 〈Achilles〉는 “당시의 사진이 이후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주어진 상식과는 다른 관점에서 상처를 바라볼 것을 요청하며 감상자의 회복을 기원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어의 단어 ’루뻬(loupe)‘를 떠올리게 한다. 루뻬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흠이 있는 보석을 의미했으나, 근대에 이르러 확대경을 이르는 단어로까지 확장되었다. 일련의 작업은 동시대의 상흔이자, 그를 비추는 섬세한 확대경이다. 이제 기미킴은 지금/여기에서 루뻬를 들고 당신에게 손짓한다, 상처 입은 우리의 마땅한 자격과 역량을 회복하기 위하여.
<작가 소개>
기미킴은 2016년부터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우리 일상에서 관심을 이끌지 못하는 대상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행복하고 밝아 보이는 모습보다는 그 아래 깊숙이 감춰진 거친 내면의 표정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에 그의 카메라 셔터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작업은 피사체의 표층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표층의 이미지들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포착하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첫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기미킴의 사진들은 카메라를 처음 접한 청소년기 이후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나누며 그들의 삶과 표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모두 필름 사진인데, 디지털과 대비되는 필름의 흐릿하고 거친 속성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환하는 기억체계와 닮았다고 그는 느낀다. 그래서 그의 필름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미킴은 현재 대학에서 큐레이터학을 전공하며 작가 겸 큐레이터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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