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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단편(after image)' 이혜인展
길을 걷다가 굳이 내 걸음을 멈추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각기 다른 계절마다, 자기들만의 질서로 어우러져있는 이미지들을 수집해 본다.
말랑말랑한 계절의 변화가, 고유한 시간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봄의 온기와 초여름의 숲, 가을의 빛깔, 드리워진 겨울 가지의 그림자, 엉켜있는 들풀...
눈앞에 놓인 형태들이 들숨날숨처럼 피어오른다.
계절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시각적 요소들이 리듬을 가지고 펼쳐지고 호흡한다.
매일 지나가며 스친 장면들은 어렴풋하게나마 마음속에서 유영한다.
포착과 수집에서 시작한 작업은, 적어도 소멸하지 않았기에 경험을 지속하며 유지된다.
그림 속의 이미지는 내가 살아가는 매일을 담고 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대상 혹은 장면들을 화면 위에 붓질과 선으로 풀어냈다.
혼재된 색채와 터치로 이루어진 이 회화적 기록은, 나에게 남은 잔상이자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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