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I YOUNG CREATIVES 박예나 개인전《Interstitium》
OCI미술관 
24.05.09 ~ 24.06.15 전시중
02-734-0440
ocimuseum.org
   

Interstitium


 

 

쾅-! 고막이 터질 듯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균열이 발생했다.
 
흩어진 파편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물들이 전시장 한가운데 우뚝 솟아 거대한 융합체를 이루고, 그 사이로 얼기설기 얽힌 형형색색의 케이블 더미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공간을 지배한다. 복잡한 기계 장치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은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지는 ‘온라인 생태계’. 그곳에 존재하는 소비 시스템 속에서 인공 사물 데이터(아티젝타)는 끊임없이 증식하며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미지의 생명체를 연구하던 연구기지는 ‘아티젝타’의 폭발적 증식으로 인해 붕괴되고, 그 사건의 현장을 마주한다.
 
가상의 데이터 폭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박예나의 작업은 인공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인간이 온라인 생태계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린 현실을 암시한다. 작가는 물질과 비물질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재에 대한 감각을 토대로, 두 세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융합을 시도한다.

 

백소현(OCI미술관 큐레이터)

 

 

디지털 세계의 미래: ‘아티젝타’의 출현과 증식


 

  박예나의 최근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키워드는 ‘아티젝타(artijecta)’이다. 이것은 박예나가 ‘artificial’, ‘object’, ‘data’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용어이자 그의 최근작에서 드러나는 세계관(universe) 속의 핵심 대상이다. 박예나는 2022년 두산 갤러리의 전시 《칼립소》에서 데이터망에서 탄생한 새로운 존재로 상정한 ‘아티젝타’ 중심의 세계관을 처음 선보였다. 그가 창안한 ‘아티젝타’는 사물이자 데이터이되, 네트워크 망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에 의해서 생존하고 번식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아티젝타’는 인간이 만들어 낸 수동적 사물이 아니라 인간을 숙주로 하여 능동적으로 증식하며, 정보의 망 속에서 자신의 존속을 위해 인간을 사용하는 새로운 종이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장 최적화된 형식으로 고안된 도구들이 실상 인간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물에 대한 박예나의 관심은 실상 2017년의 첫 개인전 《이탈을 위한 움직임》에서부터 드러났다. 당시 박예나는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꺼지는 비닐 의자, 스스로 켜지는 드라이어 등 지정된 용도와 무관하게 홀로 움직이는 키네틱 사물들을 고안했는데, 스스로 존재하는 듯한 이 사물들은 모호한 상태로 잠재해 있다가 맥락 없이 갑자기 출현하는 작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대상들이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 격리 상황 속에서, 박예나의 작업은 사적 감정의 범주를 벗어나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한 미래 문명에 대한 거시적 관점으로 이행했다. 예컨대 인공 사물들의 운명을 다룬 온라인 프로젝트 <포스트 퓨처 그라운드 Post-future Ground)>(2019-2021)에서 박예나는 아스팔트 조각, 타일, 깨진 도자기 컵 등 인공적 사물의 파편들을 지질학의 표본처럼, 혹은 무한 우주 공간 속의 운석들이나 우주 먼지처럼 제시하여 지구 행성의 인류 문명이 붕괴된 이후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박예나는 2021년 개인전 《중첩되는 세계》에서 공사 현장에서 수집한 인공 사물들의 파편을 자갈이나 흙처럼 분쇄한 상태로 김포의 한 상가 바닥에 설치함으로써, 그가 온라인 가상공간에 만들었던 ‘포스트 퓨처 그라운드’ 즉 ‘미래 이후의 땅’을 실제적 환경으로 구현했다. 이러한 작업은 그 촉각적 물질성으로 인해서 박예나가 온라인 가상환경을 통해 제시했던 ‘포스트 퓨처’의 시간대가 이미 현실에 도래한 듯 느껴지게 했다. 박예나는 이동식 연구실 기능의 가변 테이블을 제작하여 ‘미래 이후의 흙(post-future soil)’에 식물을 심은 화분을 놓거나 토양의 성분분석표를 부착하는 등 오늘날 지구 환경의 단서들을 실험 보고서처럼 제시하는 한편, SF적 상상력을 투영하여 곧 도래할 수 있을 미래의 생태를 시각화했다. 관람자는 흡사 화성의 표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전시장 바닥을 촉각적으로 인지하는 동시에, VR을 통해 이 분쇄물들이 운석처럼 떠도는 가상 우주 공간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금 현재 발 딛고 있는 이 표면이 곧 지구 행성의 미래 유물이 될 것임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박예나의 최근작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대를 중첩시킴으로써 우리가 속한 시간대를 미래적 시각에서 회고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거시적 시간대의 활용은 동시대 예술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예컨대 문명 종말 이후의 메마른 지구를 외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했던 줄리안 로제펠트(Julian Rosefeldt)의 (2017), 버려진 스케이트장을 활용하여 폐허의 미학과 공상과학적 전망을 보여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2017)에서도 문명의 역사를 통찰하는 듯한 초일상적이고 우주적인 관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작품들은 인간의 진화 속도를 초월하는 기술의 속도로 인해 당면할 종말에 대한 경고뿐 아니라, 도래하지 않은 시간대를 경험적 시공간 안에 끼워 넣음으로써 발생하는 낯선 미학을 함께 제시한다. 박예나의 작업 역시 역사적 연대기와 현실 세계와 미래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는 모호한 시간대로 인해, 기시감과 SF적 환상을 동시에 드러내면서 현재가 결국 언젠가는 고대적 문명이 될 미래 시간대를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인간의 몸의 속도를 능가하는 디지털 세계의 급격한 진화, 예측불가의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속에서 파국을 예상하면서도 그 이후의 삶을 상상하고 준비해야 하는 오늘날 인간의 인지 조건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OCI미술관에서 열리는 박예나의 이번 개인전 작업에서도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회고하는 듯한 관점이 중심이 된다. 이 전시에서 박예나는 ‘아티젝타’를 한층 더 위협적인 존재로서 증식시킨 설치작업 <사건의 부분(Part of the Incident)>(2024)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시각화했다. 이 작업은 수년간 ‘아티젝타’의 존재를 연구했던 연구자의 연구기지가 ‘아티젝타’의 폭발적 증식으로 인해 붕괴되고 해체된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서, 그 근간이 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3년 을지로의 그블루 갤러리에서 열렸던 박예나의 개인전 《핫스팟 베이스 캠프(Hotspots Base Camp)》를 소환해야 한다. 당시 박예나는 전시장을 ‘아티젝타’의 존재를 쫓는 한 연구자의 연구기지로서 상정한 설치작업을 했고, 공공 와이파이망 속에서 탄생하는 ‘아티젝타’를 움직이는 세포 덩어리와 같은 영상 이미지로 시각화하여 관람자들이 을지로 주변 거리에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AR로 볼 수 있게 했다.
 
  OCI미술관에서의 이번 전시에서, 네트워크 망 속에서 탄생한 ‘아티젝타’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괴이한 생태 융합체가 되어 물리적 현실계까지 잠식해버린다. 어마어마한 정보가 오가는 네트워크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종의 증식으로 인해 시공이 뒤틀리고, 그 외계적 존재가 3차원 물질계를 침범하고 장악하게 되는 역전적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핫스팟 베이스 캠프》(2023)의 구성요소였던 연구소의 문, 가구, 집기 등은 한층 더 위력적이 된 ‘아티젝타’에 의해서 먹히듯 파괴되고 해체되었다. 이러한 파편들은 ‘아티젝타’를 탄생시킨 네트워크 망의 전선들과 하나로 얽혀 증식하면서, 흡사 신경망이나 근육조직, 혹은 거대한 신단수나 신전 기둥을 연상시키는 구조물로 진화했다. 박예나의 ‘아티젝타’는 이제 위력적인 상징물이자 몸을 가진 생태물이며 물질적인 구조를 갖춘 채 공간을 점유해 가는 또 다른 이종적 베이스 캠프가 되었다. 관람자는 물질적인 구조물이 된 융합체 안에 실제 들어갈 수도 있으며, 이 융합체의 속성을 흡사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것과 같은 VR 가상 이미지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그 구조물 안에는 AI가 만들어낸 자연 풍경의 시뮬라크르들이 모니터에 끊임없이 송출되어, 정보를 조합하여 유사 자연을 무한히 창조해 내는 인공 시스템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박예나의 신작 속에서 과거 ‘핫스팟 베이스 캠프’의 잔해들은 ‘아티젝타’가 폭발적인 정보량에 의해 인류 문명의 진화 속도를 초과하며 지배종으로 진화하는 근미래 상황을 목격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인체 계측도와 같은 부속 자료들도 ‘아티젝타’가 자신의 진화를 위해 참조했던 오래된 자료처럼 가공되어, 지나버린 문명의 흔적처럼 전시되었다. 이처럼 박예나는 과거-현재-미래의 시간대를 중첩해 놓는 설정으로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를 오가게 하면서, 인간이 ‘아티젝타’에게 유용한 하나의 장치로 전락하는 시대에 대한 묵시적 경고, 그리고 인공물조차 자연의 일부가 되는 고차원 복잡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케빈 켈리(Kevin Kelly)는 『통제 불능(Out of Control)』(1994)에서 기계가 점점 생물학적 성격을 띠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새로운 진화생물학적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가 예견했듯, 유기체를 모방하며 만들어진 기계적 사물들이 자율적인 능력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유기체 자체와 변별되기 어렵게 되는 것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박예나의 작업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 실제 자료와 상상을 뒤섞는 방식을 통해서 이미 우리의 현재 안에 도래해있는 SF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한편으로 미래의 디스토피아에 대한 타임 슬립형 보고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은 예술이 미래를 다루는 방식의 효용성을 느끼게 한다. 현재의 소멸에 대한 향수가 내재된 근미래의 시간대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문명의 운명에 대해 여타의 미래학적 텍스트를 넘어서는 직관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작가 약력


 
학력

2020 The Glasgow School of Art, Letters in Fine Art Practice, Sculpture 석사 졸업
2018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석사 수료
2013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Interstitium, OCI미술관, 서울
2023 핫스팟 베이스 캠프, 그블루 갤러리, 서울
2021 중첩되는 세계, 한송빌딩 202호(풍무동 재개발 지역 내 상가건물), 김포
2017 이탈을 위한 움직임, 아터테인 스테이지, 서울

 

주요단체전

2023 은밀한 선택,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
         윈도우 리컨스트럭션,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2 생생화화 – 사이의 언어, 김홍도미술관, 안산
         칼립소, 두산갤러리, 서울
         Expanse, The Pipe Factory, 글라스고, 영국
         A Remix of Damage, Reid Gallery, 글라스고, 영국
2021 Party in a Box, 아트센터 나비, 온라인, 서울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 상업화랑, 서울
2018 R.I.P. – 고요한 기억, 디스위켄드룸, 서울
         백(百)의 그림자, 성북예술가압장, 공간가변크기, 서울
2017 제3의 과제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주요 레지던시
2024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수원
2023 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 고양

 

수상 및 선정
2023 2024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연속지원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 창의인재 동반사업 CREATIVE + 선정, 한국콘텐츠진흥원, 아트센터 나비
2020 RSA John Kinross Scholarship 선정, Royal Scottish Academy
2017 최초예술지원 선정, 서울문화재단

 

연락
yenaprk105@gmail.com (메일)
yenap.org (작가사이트)
@yenaprk (인스타그램)

5/25(토) 아티스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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