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의 내면 속에서 자연으로의 여행
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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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의 내면((內面) 속에서 자연으로의 여행

 

 

수많은 여정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찾아 정립시키는 과정 또한 인간의 삶이 내재하는 실존적 의지이며, 방법론인 것이다. 인간 스스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본연의지에 의한 기본을, 동양사상을 토대로 자연 속에 동화되고 융화, 혼합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끝없는 본질의 원리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작가 왕열과의 인터뷰 속에서 인간과 자연합일이라는 사유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무릉도원(武陵挑源)[도연명]: 복숭아꽃이 핀 평화로운 곳이란 의미의 이상향

 

작가 왕열은 작품의 밑바탕에 자연을 기본원리 주체로 삼고 있다. 성장과정이 시골에 있기도 하지만 자연의 변화처럼 작품의 변화도 시대와 계절이 변하듯이 작업도 생각과 추구하는 관계처럼 하나의 연관성을 가지고 그때그때의 느낌과 감정에 따라 작품을 해 나갔다.

‘돌’ '동행‘ ’무릉도원‘ 은 자연을 근본으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작업한 시리즈로, 예전의 작업은 수묵, 풍경을 전통적인 수묵재료를 가지고 현대 도시풍경 이미지와의 관계를 탐구했으며, 도시 속에서 보여 진 한국의 화강암은 다듬어지지 않은 아름다움 속에서 나타난 의미를 추구하고자 자연시공간 ’돌‘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동과 부피의 문제점을 가진 자연시공간을 고민하는 동안 작품 속에서 발견된 작은 공간 안의 새는 작가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방향을 열어주었다. “새는 하늘의 신, 땅의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되며 한곳에 머물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합니다. 자연을 여행하는 새가 갈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무릉도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무릉도원은 인간이 현실생활 속에서 추구하는 유토피아이며 이상세계입니다. 무릉도원을 날고 있는 새는 여행하는 사람, 가족, 연인이 될 수 있으며 곳곳에 서 있는 말은 자연을 즐기는 주체가 됩니다. 동양사상은 자연을 극복하고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 공존하는 관계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무릉도원을 통해 관람객이 그림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현대미술은 작가가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강요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자극적이고 강력한 화면 안에서 이슈화하여 관람객에게 인식시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림으로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얘기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새벽을 원합니다.” 작가 왕열이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으로서의 회귀와 본능, 현실의 일탈에서 이상적 세계관을 동경하는 마음과 정신이다. 실존적인 본질이 무엇이며, 자신의 본질에서 최고가 되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에서 오는 시감각(視感覺) 표현

 

‘적색산수’라고도 불리는 작가 왕열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빨강색은 마치 붉은 빛의 투영

뒤에 보여 지는 산수를 표현하고 있다. 대학시절 수묵작업 후에 빨강색을 전체 화면에 칠하는 순간 자신의 내면 속에 무언가의 해소와 돌파구를 찾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색감은 자신의 느낌에 따라 변화하는 감각표현이다. 작가는 빨강색을 통해 전통적인 수묵과의 관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하였으며, 색을 덮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조형미를 갖추어 나갔다. “흥분, 정열, 반응 등 파장이 가장 긴 빨강은 강렬하면서도 사람의 기운을 업 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릉도원을 보면서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황홀경에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극대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보여 지는 파랑색은 들떠 있는 기분을 차분하고 안정된 기분으로 만들어 새벽과도 같은 평온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부터 빨강색과 파란색의 대비를 이루고자 정해진 색이 아니라 많은 연습과 습작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색 중에서 찾아낸 빨강색과 파랑색입니다.” 색의 작업과정을 보면 광목의 유분을 제거한 후 종이를 덧대서 배접을 한다. 그 위에 화면전체에 빨강색을 칠한 후 산의 필선, 나무, 바위 등을 먹과 아크릴을 혼합한 색으로 산의 준을 그린다. 그 위에 다시 빨강을 덮어 거친 붓의 결을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산의 형태를 완성해 나간다. 다시 그 위에 새와 말들의 자유로운 노님이 무릉도원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겹겹이 쌓아지는 자연의 관조와 정신은 오롯이 작품 안으로 스며들어 작가 왕열만의 유토피아가 표출되는 것이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또 다른 작품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품을 동시에 펼쳐놓고 그날의 감정에 따라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다. 감정((感情)은 화면을 구성하는 수단이며 방법인 것이다. 작업의 영감(靈感)은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일상생활 모두가 나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길 가다가도, 버스를 타는 도중에도, 꿈속에서도 등등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활에게 느끼는 감정에 따라 작업의 영향을 받습니다.

 

전통화법에서의 현대적 변용

 

현대미술에서 장르의 폭은, 무엇이 서양화이고 무엇이 한국화인 것이기보다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이론적 시대에 살고 있다. 작가 왕열은 동양화를 전공한 수묵작가가 서양매체를 접목하여 수묵화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킨 작가이다. 작가는 “재료는 1차적인 것입니다. 2차적인 것은 표현을 위한 수단입니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의 근본은 기본바탕이 틀립니다. 동양화는 자연숭배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서양화는 인간중심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의 생각은 지극히 한국적이며 동양사상이 크게 좌우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동화되고 융화, 혼합하여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동양정신을 위해 수묵만이 아닌 아크릴, , 실크스크린, 캔버스 등 다양한 표현수단을 통해 동양정신과 현시대 감각에 맞게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입니다. 이러한 작품은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여 젊은 세대와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양화와 동양정신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표현해야 됩니다. 동양화에 서양화의 매체를 사용한다고 서양화가 아니라 동양정신을 필두로 작업 속에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주체적 에너지가 있어야 하며 동양의 단조로움, 번짐과 스밈, 필선, 여백 등 동양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양화와의 차별화를 두어야 합니다. 서양매체를 동양의 장점으로 개발하여 시대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가는 기본본질을 기초로 작업의 수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전통을 전제로 한 깊이 있는 수용을 의미하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 핵심 쟁점인 것이다.

 

그림 그리는 것이 행복이라는 작가는 내가 누구인가의 본질에서 첫째는 그림이고 둘째는 교단이라고 한다. 현재 작가는 단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수로써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업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 왕열은 다작을 한다. 38번째의 개인전과 수백 건의 국.내외 단체전, 초대전을 보면 작업을 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은 부제가 아니라 주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그림을 한다는 작가는 많은 그림과 전시를 통해 그림의 변화와 발전을 느끼고 성장한다고 하였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는 수묵산수화가 호황기였습니다. 따라서 그림가격도 상승하였지만 현재는 시대의 흐름 속에 수묵산수화의 가치가 내려가면서 시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표현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젊은 작가들이 마냥 현시대의 경향을 쫓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개발하고 발견하여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대성에 반영해야 된다고 봅니다.” 교수로서의 작가는 젊은 제자들과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강요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의견을 상호 전달하여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같이 나아가며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역사는 구세대보다 신세대가 이끌어 가게 돼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듯이 새로운 것은 항상 실험과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작가 왕열은 스승인 기산(箕山) 정명희로부터 배운 많은 작업 활동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행동이 본인에게도 가르침이 되었듯이, 작가로서의 작업열정과 체험, 산교육을 제자들과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무한한 작품애()와 나눔

 

1991년 갤러리2000에서의 전시회에 처음 그림을 판매하였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을 원하고 판매된다는 것이 그림을 계속 그리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컬렉터들의 눈은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 이상입니다. 어떤 그림이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그렸는지를 정확히 알아봅니다. 몇 년 동안의 중첩된 에너지를 가진 그림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대중보다 2-3년은 앞서가야 합니다. 대중은 실험적인 작품에서 유유히 기다렸다가 작품 안에 거대한 힘이 발휘되는 순간 작품을 선택합니다. 수많은 작품 중에는 분명 우열이 있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작품이지만, 작가의 마음과 대중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는 작품은 분명 일맥상통합니다. 작품은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움직이면서 작가와 대중을 하나로 엮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작가는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로서의 본분은 그림에 매진하는 것이며, 주어진 모든 시간은 작업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작품 양을 많이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볼 수 있다고 여긴다. 작가는 작품을 본인이 소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본인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미술관, 갤러리에서 보유해 더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원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유하면 좋은 환경에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이 소장하는 것 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원한다면 모두 다 기증할 생각도 있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리다가 모두 기증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대신 작품은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주어야 합니다. 남들에게 가장 소중한 작품은 작품의 가치와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으니까요” 평생의 작품을 기증할 마음을 가진 작가는 혼자만의 예술이 아닌 대중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나눔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도 많은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는 작품의 내용은 작가의 심상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무릉도원’ 다음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 모르지만 기본은 자연과 동양사상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작업을 진행 할 것이다. 대작(大作)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작가는 산수화의 시초인 와유(臥遊)의 개념으로 본의의 힘이 다하는 날까지 작업에 매진하고자 한다. 작가는 작품 활동에 힘들어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자신의 본질에서 최고가 된다면 분명 좋은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좋은 작품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힘이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의 힘은 나라의 경제력이며 국력이다. 국력이 커지면 예술의 힘도 커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재능 있고 뛰어난 작가가 많이 있습니다. 스포츠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의 상위급 입니다. 스포츠와 같은 분야는 정량화하는 기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계산된 기준점이 없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창조적 활동에는 국력이 보조하고 뒷받침 해줘야 국내 예술가들은 힘을 갖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작가는 교육자로서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예술가로서 한국미술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작가 왕열은 새로운 한국화 정체성의 성립으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끝없는 실험을 통한 작업은 향후 그의 변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흥미롭게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작업에 대한 기운이 언제나 만개하고 있는 작가에게서 무한한 자연으로의 여행을 와유하며 기다려보자.

 

왕 열 王 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는 <전통기법과 현대 조형의 만남>,
<동양회화에 있어서 ‘신사’의 표현연구>
논문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39회 (한국, 미국, 스위스, 독일, 일본,
중국, 베네주엘라, 대만)를 개최하였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3회, 동아미술상,
한국미술작가대상을 수상하였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닮음과 닮지않음의 사이><중국 송대회화><동양 인물화 감상>이 있다
현재 한국신묵회, 일청회, 한국미술협회,
동아미술제 미술동우회, 일레븐, 한국조형예술학회 회원이며,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하 | 바느질로 세상과 소통하다
이상규 | 많은관심 부탁드리고 열심히 작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