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꿈으로 물들다._2016
천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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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후배는 소설가를 꿈꿔왔다.

대화를 하면 늘 엉뚱하고 유쾌해서 모두를 즐겁게 해 주던 그녀!

3대가 양림동의 100년된 여학교를 나와 학교의 에피소드를 줄줄 읊어 댔다. 양림동을 누비던 여고생은 광주의 대학에서 국어국문을 전공하였지만 소설가는 되지 못했다.

소설을 썼으면 아마 양림동에 대한 배경이 대부분이었을지 몰라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까?

그러면서 양림동의 변화된 모습에 자신의 추억을 덧 붙여 10대로 돌아가는 그녀는 아직도 소설가다.

 

나의 작업실은 그녀의 모교 뒷길에 연결된 선교사들의 사택을 개조한 아담한 주택이다.

가을 즈음 가족들과 함께 작업실을 찾은 그녀는 아이와 산책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은단풍나무,아름드리 피칸나무, 흑호두나무들이 나이를 자랑하는 그 길에서 가족들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3대가 학교를 다니기 위해 걸어 다녔던 양림동은 이방인들도 사랑하던 곳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방인의 흔적들과 더불어 역사의 흔적들이 있다.

나는 생각해 본다. 양림동의 가치를. 나의 작업의 가치를. 그리고 독자의 가치를.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의 뜻을 생각하다 비슷하게 정의 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찾아보았다. 진가, 중요성, 의의, 값어치, , 참 뜻, 무게, 쓸모, 의의, 유용성이라 표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치!

 

한지를 만지면서 느끼는 수 많은 생각들을 한다.

내가 느끼는 한지의 가치는 너무나 크고 넓다. 이 큰 의미를 독자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 할 수 있을까?

내가 전달 하고 싶은 메세지를 다른 여러 시각으로 해석하는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전달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일까?

 

다시 내가 뚫어 놓은 한지의 구멍을 통해 들어가 본다. 2016년 현재의 시각의 색색의 구멍!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 내일도 알 수 없는 구멍이다. 그 구멍 속에 나는 무엇을 전달하고 싶을까? 한지의 가치를 표현하고 싶은 변하지 않는 무언가의 가치.

현대와 과거의 만남? 이질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만남? 개발은 되지만 그 가치의 벽을 침범하지 않는 무언가? 너무 멀리 갔나보다.

100년이 넘게 숨쉬고 있는 양림동의 고즈넉함과 현대의 묘한 정서야 말로 내가 그리던 가치 아니었을까?

 

독자들은 볼 것이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구멍을 통해 양림동을 보고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방인들도 종교의 가치를 두고 정착해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국적 정서와 한국적 정서가 어울러진 곳이 양림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지가 재료가 된다. 한지의 소재로 양림동이 되었다가 양림동을 표현할 수 있는 도화지가 한지로 선택되고 서로 맞물려 간다.

이방인들도 종교의 가치를 두고 정착해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국적 정서와 한국적 정서가 어울러진 곳.

 

3대가 발을 딛었던 그 곳에 가본다.

그녀의 친할머니는 따뜻하게 손을 잡으며 미션스쿨 1회 졸업생답게 아침에도 기도, 점심에도 기도, 저녁에도 기도 하라고 임종 때 말씀하셨다 했다. 손녀를 위해 고운 한복을 사입혀 주시고 봉숭아 물을 직접 들여 주셨다는 할머니를 일제시대 때 만세운동도 하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고모의 학교 생활은 모르지만 본인은 100년 가까운 나무들을 보며 매일 산책했던 그 공간. 선교사들의 사택과 오래된 교회를 보며 꿈을 키워 나갔던 그 시절 할머니의 손이 가끔 그리웠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딸에게 또 무언가를 전달해 주기 위해 양림동을 찾는다.

해맑은 5살난 아이는 묻는다.

 

엄마가 다닌 학교야? 이 집은 왜 이렇게 생겼어?

 

가치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 흘러도 동일하게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가 아닐까?



▲ 행복한 꿈으로 물들다. 2015_01




▲ 행복한 꿈으로 물들다.2015_11

한지 그리고 라르고(largo)

라르고(largo). 음악 용어로 사전적 의미는 ‘매우 느린 속도로 폭넓게 연주’하라는 말이다. 작가의 작업을 보는 순간 떠오른 형상단어였다. 천 년을 간다는 한지(韓紙)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했고, 한지의 다양한 쓰임새가 ‘폭넓게 연주’에 알맞았다. 작가의 작업실은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창작소 2층에 있다. 협소한 공간임에도 벽에 걸리거나 벽에 등을 기대 있는 다수의 작업 앞에서 잠시 숙연해졌다. 다양한 의미를 가진 실험적 작품도 눈에 띄었다. 개념정리가 덜 되어 몇 년째 보관 중인 작업들도 있었다.

한지로 작업하는 작가는 다수이다. 규방공예나 조소, 부조 등 종류와 부분은 다양하지만 작가의 작업처럼 리듬감을 이끌어내는 평면작업은 매우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한지작업에 있어서 한 분야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업들을 바라본다. 며칠 전 내렸던 눈처럼 하얀 한지의 여백이 시원하면서 편안하다. 작가는 “내려 쌓인 눈을 한없이 바라보다 햇볕에 몸이 녹아가면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의 형체를 보았다. 그동안 알고 있고 이미 보았던 광경임에도 신기하리만치 뭉클하도록 감동적이어서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고 말한다. 작가의 한지 위에 표현된 동그란 점(Dot)에 대한 설명이며 그것이 작업 안으로 들어오게 된 배경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점(Dot. 點)으로부터

한 점(Dot. 點)은 세상의 시작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아주 작은 점에서 비롯되며 우리 사람들 역시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되고 지속적으로 세분되면서 비로소 사람의 형상을 갖는다. 작가의 작업은 크고 작은 점으로 세상의 희망을 행복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음표가 그려진 오선지를 보고 있다. 높고 낮은, 크고 작은 음표들을 보고 있으니 귀에 음악의 색깔들이 들려온다. 들여다볼수록 크고 작은 점들은 소리를 내며 점들을 완성하고 있는 색색의 빛깔들은 음표를 넘어 행복과 즐거움을 변주한다. 작가는 “매번 전시의 명제가 ‘행복한 꿈으로 물들다’인데 다시 말하면 작업을 함으로서 스스로 행복해지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작은 소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고 설명한다. 맞다. 바라볼수록 행복해진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음악이 들려오며 마음 깊숙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

처음부터 현재의 작업을 시도하고 완성을 한 건 아니다. 그동안의 전시를 살펴보면 현재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재료인 한지를 더욱 한지답게 하기 위한 자연기법의 작업이 있었다. 신문지를 정제해 온전히 추출한 펄프만을 사용해 작업을 하던 시간도 있었으며 만들어진 한지를 다시 물을 사용해 배접하고 건조, 다시 배접하는 아홉 번의 과정이 끝나면 비로소 작가만의 한지가 완성된다. 이미 유도한 규칙적인 직선 위로 떠낸 한지는 건조 과정에서 다량의 직선으로 이루어진 몸이 건조과정에서 이미 완성되고 실을 함유한 한지는 고유의 물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빗방울의 힘과 작용으로 구멍을 가지게 된다. 매우 무작위적이고 변칙적인 구멍들은 작가의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작업의 일련의 과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의식적인 의식작업이며 무작위성을 이용한 계획된 작업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의도적 작업들은 강렬하면서도 순한 색(色)을 품고 비로소 관객들과 전시장에서 얼굴을 맞닿으며 눈을 맞히는 과정을 통해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한지처럼 라르고

무엇이든지 적나라한 과정을 거친다. 절대 쉬운 속셈의 요령은 없으며 시간은 그 과정을 숙성으로 보답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완성되는 한 작품은 시간이 만들어 낸 치열한 결과물이다. 작가의 작업은 직접 떠낸 7~9장의 한지를 레이어드로 조형했으니 시간이 갖는 한 세월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우연적이고 자연스러운 의도함을 넘어 리듬감을 내포한 현재의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연의 순수함을 통해 일상의 행복까지 구현하고 있어 앞으로의 작업 역시 기대가 크다.

실험성 짙은 작업도 멈추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무엇과, 연결할 수 있을까 는 작가의 끊임없는 화두며 물음이다. 작가는 “하고 싶은 것, 해야만 할 작업을 위한 첫걸음인 실험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건 객체의 삶이기 전에 작가로서의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고 벽에 세워져 있는 실험 작업들을 바라본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점들이 갖는 속성의 개체가 구상하고 있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작가의 소망대로 단지 행복만을 추구해서는 단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좀 더 승화된 어떤 것, 크고 작은 점들이 표현하고 지향하는 바를 재해석하고 표현해내는데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점들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생성, 창조되지 않은 현재의 작업의 조형성으로는 작가가 가장 먼저 지루해질 것이며 들려오는 오선지의 음악소리가 곧 소음으로 느껴질 것이 지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저 걸을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작업을 해내며 계단을 오르듯 한 발 한 발 작업을 향해 내딛을 것이다. 그것이 작가 천영록의 삶의 무게이다. 어떻게 점진적 변화를 승화해가는 지 지켜보아도 실망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여섯번 째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갤러리생각상자관장 범현이



▲ 자연을 읽다2012_013

 

 

 

 

 자연을 읽다....

1~3회 개인전에서는 한지가 주된 내 작업의 파트너였다. 자연과 아주 가까운 소재인 한지를 선택했었지만, 이번 작업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기위해 신문지를 선택했다.

이미 나무에서 가공이 된 종이 그리고 충실히 하루의 이야기를 전달 한 후 폐지가 되어버린 그런 신문 이였다. 하지만 이런 신문지에 예술이라는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신문을 찢고 풀어 헤치는 과정에서 종이에 묻어있는 검정 잉크는 모두 흡수되어 버리고 회색빛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치 도시의 콘크리트 벽 이미지가 재현된 듯 했다.

사람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분아래 자연을 많이 훼손시키고 그 위에 차갑고 딱딱한 건물들을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냈다.

나는 이 회색빛 위에 자연의 색을 입히고자 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빛깔을... 또한 그들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우리는 작품을 바라본다. 보고 느끼고... 하지만 이번 나의 작품은 읽어주길 바래본다,

 



▲ 자연을 읽다2012_09


▲ 자연을 읽다2012_04

  자연을 읽다_2012
기타 | 150X115cm | 2012
 
개 인 전
2016 천영록 " 굿모닝! 양림" (아트폴리곤, 광주)
천영록 “행복한 꿈으로 물들다.” (갤러리 생각상자, 광주)
2014 천영록 “한지, 행복한 꿈으로 물들다.” (한지산업지원센터 기획전시실, 전주)
(수완병원 갤러리, 무등갤러리, 광주)
2012 천영록 “자연을 읽다.” (한가람미술관, 서울)(왕인전통종이관, 영암군)
2009 천영록 “자연으로 부터”전 (무역센터 COEX, 서울)
2007 천영록 “마음 속 푸른하늘”전 (무등예술관, 광주)
2004 천영록 “선과 한지의 어우러짐”전 (현대백화점, 광주)


현 재
(사) 한국미술협회 (사) 환경미술협회, 한국종이조형작가회
(사) 광주·전남 디자인협회 회원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디자인 문화대전 초대디자이너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추천디자이너, 대한민국 한지대전 초대작가
전국 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한국공예대전 추천작가,
아트스페이스 '호랑가시나무창작소'입주작가
허윤선 | Faking the moment/날조된 순간
OwonC | 다시, 언제나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