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GALLERY<2014 MAF-Mini Art Fair>展 김경화,조이스진
전시기간 : 2014.3.10-2014.3.15
전시장소 : 이다갤러리 서울 강남구 신사동523-2 2F
전시문의 : 070-7550-2931
2014년을 시작하면서 EDAGALLERY는 2월말부터 3월까지 MAF 라는 이름으로 아트페어전시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그 3번째 MAF 전시가 진행되며 이번주의 작가는 김경화,조이스진 작가이다. 김경화 작가는 이번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다소 낯선 재료인 conte 를 가지고 ‘비’를 소재로 이색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조이스진 작가는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한 모습을 통해 보기만 해도 평화로워 지는 작품을 선보이며 우리가 미처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전시를 보여주기 위함인 MAF 전의 취지에 잘 맞아떨어지는 두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김경화
언제부턴가 비 오는 날이 참 좋았습니다.
비가 오면 촉촉하게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풀잎 냄새와 옹기종기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내 마음을 적셔주는 아련함을 느꼈던 날부터 일겁니다. 우산을 쓰고 가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사람들의 표정과 소소한 풍경들입니다. 하지만 연인들에게는 한없이 고마운 날이기도 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짜증나고 불편한 날이 되겠지만 연인들에게는 우산 하나를 쓰고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달콤한 날이 될 테니 까요……
비가 오는 날을 주제로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에서부터 벚꽃이 만발한 4월의 어느 날 내리는 봄비, 긴 장마를 깨고 오랜만에 드러낸 8월의 아침에 싱그러운 풀잎 사이로 맺힌 빗방울, 비가 내린 후 빨래 줄과 빨래 집게에 옹기종기 맺힌 물방울 등을 표현하였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비가 내리는 날 느낄 수 있는 따스한 감성을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노트 中
조이스진
Interesting ! : Discovery of the world
아이들에게 모든 것은 흥미롭다. 그들의 시선, 표정, 몸짓 하나하나는 세상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빛나는 커다란 유조선들을 볼 수 있다.
나는 하늘을 가리키는 기중기들을 볼 수 있다.
나는 빨강 소화 물동이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줄을 달리고 뛰어넘는 고가 탄조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커다란 석탄더미를 볼 수 있다.
나는 길고 둥근 풀빛 유조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커다란 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검고 하얗다.
나는 두 시를 알리는 경적을 들을 수 있다.
굴뚝들, 작은 것들, 퉁퉁한 것들, 작은 것들, 높은 것들, 호리호리한 것들.
<흥미로운 것들(Interesting Things) 중>
아버지께서 내게 알려주신 샌드라 크로스(Sandra Cross)라는 일곱 살 아이의 시다. 우리에게 단지 굴뚝일 것들이 이 아이의 눈에는 작고, 통통하고, 높고, 호리호리한 흥미로운 것들로 비친다. 유조선, 기중기, 물동이 들은 단순히 아이의 눈 앞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어린 소녀에게 바라보는 행위를 뛰어넘어 세상의 경이로움을 ‘볼 수 있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삼십 대에 들어서며 주변에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가정을 꾸리고 예전처럼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은 만나자마자 스마트 폰을 내게 내밀며 자식들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고된 육아경험담에 힘들지 않냐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 그들은 웃음 한 번, 애교 한 번이면 힘든 게 싹 날라갈 정도로 너무 예쁜데 그 중에서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다며 농담을 한다. 얘기를 듣다 보면 어머니께 들었던 나의 어릴 적 모습과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감탄이 종종 나온다. 머리핀부터 구두까지 온통 핑크색으로 도배를 하고 공주님이라며 좋아하는 아이, 엄마의 눈에는 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플 아이스크림 막대를 보물단지마냥 꼭 쥐고 다니는 아이, 인형을 테이블 맞은 편에 앉히고선 같이 간식을 먹는 다며 인형 입에 온통 과자 부스러기를 묻혀놓는 아이.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하루 세상에 대해 무뎌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에도 호기심을 느끼고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보일 텐데 내게는 그런 게 더 이상 와 닿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어르신들의 푸념이 문득 내 이십 년 후, 삼십 년 후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옛날의 일을 떠올리며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겪지 못한 세상이 더 크다는 걸 상기하는 게 내 삶에 어떠한 지표가 돼주지 않을까. 우리에겐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세상의 경이로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간다. 아이들의 눈은 우리에게 그것을 깨우쳐 준다.
-작가노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