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mgory의 세 번째 프로젝트 XXX는 여체라는 자연이 빚은 예술적 오브제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전라(全裸)의 여체(女體)가 가진 미(美)의 절대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여성의 미란 곧 선(線)으로써 정의될 수 있고, 그중에서도 곡선미(曲線美)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미의 가치로 부각되어왔다. 과거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것에 매혹되었고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 경이로움을 표현해왔다. 여체란 결국 온통 선으로써 존재하는 완전하고 완벽한 곡선 덩어리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곡선 없는 여체가 그 아름다움을 상실치 않을 수 있을까? 혹시 곡선의 부재가 곧 미의 부재로 이어질 것인가?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된 작업은 여체를 이루는 곡선을 없애고 그 자리에 도리어 각(角)을 낸다. 그 과정에서 여체는 나에게 타일이나 블록이 될 수도, 벽지가 될 수도 혹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작업을 통해 본래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여체를 재구성하였다. 경의와 존중을 바탕으로 그것을 탐구하고 이미지화하여 전라의 여체가 지니는 미적 가치의 절대성을 확인한다. 어디 하나 부드러움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모난 여체가 도리어 어떠한 미를 드러낼지 바라본다. XXX는 일종의 모난 누드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