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러시아 청년작가들이 국제교류전 <Fake World>
가상과 현실의 모호함 예술가의 시선으로 해석
복제된 이미지와 가공된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가짜'와 '진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특별한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짜의 미학'을 통해 현실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되묻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교류 릴레이전 <Fake World>는 8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간 문화매개공간 쌈(부산 2호선 수영역 지하상가 13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백보림 작가가 8월 2일부터 8월 10일까지, 조예솔 작가는 8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리며, 러시아 작가 알렉산더 소콜로프 (Alexandr Sokolov)는 8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다. 3명의 작가가 릴레이 형식으로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가상과 가짜의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Fake World>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변화된 우리의 인식에 주목한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가짜가 된 진짜', '모방을 통한 재창조' 등 다양한 층위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에게 진실성과 실재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백보림, Offside Reality, 2025 / 혼합 매체 설치 (드로잉, 인조 잔디, 구조물 등), 가변 크기
릴레이 전시의 첫 주자 백보림 작가의 Offside Reality는 축구라는 대중 스포츠의 시각적·공간적 요소들을 전시장 내부로 이입시킴으로써,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 자리한 ‘가짜의 미학’을 탐색한다. 작가는 초대형 축구공, 인조 잔디, 구조화된 골대 등의 조형 언어를 통해 기능이 제거된 경기장의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며, 관람자에게 익숙한 질서와 규칙의 해체를 유도한다.
이 설치는 현실의 구조가 어떻게 전시장이라는 제도적 장치 속에서 미학적으로 재맥락화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진짜’가 아닌 ‘가짜’가 지닌 자율성과 구성 원리에 주목한다. 특히, ‘오프사이드(Offside)’라는 규칙의 개념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 인식적 비가시성과 지각의 지연을 은유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조예솔 / <240hr 세상살이 편의점> / 가변설치 / 혼합재료
두번째 전시 작가 조예솔의 전시 <240hr 세상살이 편의점> 은 지하철 상가라는 공간적 특성과 결합하여, 전시장을 하나의 편의점처럼 구성한다. 관객은 익숙한 상업공간의 형식을 따라 상품을 보게 되지만, 그 안에 진열된 상품들은 실제로는 ‘작품’이라는 위장된 정체성을 가진 오브제들이다.
전시장에 배치된 더미 이미지들과 오브제들은 진짜와 가짜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과 허구, 상품과 예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 관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소비 방식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장은 더 이상 작품을 보기 위해 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예술을 조우하게 되는 실험적 플랫폼이 된다.
Alexandr Sokolov /러시아 / ‘Hand Luggage(휴대 수하물)’ 프로젝트
세 번째 전시에 참여하는 Alexandr Sokolov 작가는 러시아 출신으로 모스크바, 멕시코시티, 피렌체에 이어 네 번째 도시인 부산에서 ‘Hand Luggage(휴대 수하물)’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와 플럭서스 그룹의 ‘Fluxus Box(플럭서스 박스)’에 대한 오마주로, 예술가의 창작 여정을 회고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로부터 작품이 담긴 여행 가방을 받은 큐레이터는 별도의 지침 없이 가방 속 구성품들을 직접 배치해 새로운 전시를 창조한다. 이번 부산 전시의 기획자로 참여하는 성백 작가는 알렉산더 소콜로프의 ‘Hand Luggage(휴대 수하물)’ 작품을 전달받았다. 성백 작가는 작가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지침 없이 가방 속 구성품들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작품을 설치하며 인터넷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각 전시장 큐레이터가 서로 소통하지 않고도 독립적인 전시를 완성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부산 전시 이후에는 리마(페루)가 다음 목적지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전체 전시의 초대는 8월22일 금요일 오후6시30분에 예정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민예총 주관으로 부산민예총 국제교류위원회, 부산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가 주최를 맡았으며, 문화매개공간 쌈, openARTs spaceMERGE? 후원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