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까지도 담아내는 양방향적 행위
'그림, 시대의 얼굴 The Painting, Face of Today'전은 회화의 오랜 테마인 인물화에 대한 다섯 작가의 저마다 다른 접근을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인물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5000년 이상 다양하게 발전해온 미술 장르입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아, 인물이 지닌 개성을 포착해내는 것이 그 일차적인 요건입니다. 따라서 인물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레 미술가의 정신과 감성, 기량의 표현으로 연결됩니다. 한 편 19세기 초 사진의 등장은 인물화가 재현의 요구에서 자유롭게 되면서 작가의 개성을 더욱 강하게 투영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촉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현대미술로 들어서면서 표현주의, 팝아트, 극사실 등 여러 미술 경향들의 등장과 맞물려 인물화는 좀 더 다채롭게 변주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변치 않은 것은 인물화가 말 그대로 사람을 관찰하고,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회화적 형식으로 화면에 그려내는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인물화의 진정한 주제는 화가와 모델의 교류, 곧 모델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바와 미술가가 발견하는 것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외양을 사실적으로 닮게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내면 나아가 그 또는 그녀가 속한 시대상까지도 담아내는 양방향적 행위인 것입니다.
인물화에 대한 회화적 접근이 저마다 다른 것만큼, 화면에 그려진 각각의 인물들에는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주관, 세계관 등이 강하게 배어 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그려진 인물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만나 우리 시대의 얼굴 혹은 자화상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놓칠 수 없는 큰 재미는 마를린 먼로, 오드리 헵번, 마돈나, 게하르트 리히터, 박찬욱, 백남준 등 유명인들부터 작가 자신을 비롯한 천진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경연하듯 보여주는 작가들의 회화적 기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끝으로 이번 전시가 한국 작가들의 역량을 좀 더 널리 알리고 이로써 현대미술의 한류를 넓혀갈 또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