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에서는 12월 16일부터 12월 29일까지 신제현 프로젝트전을 개최합니다.
ARIN Project - 건축과 음악의 변종 악기
ARIN Project는 'Architectural'과 'Instrument'의 합성어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건물과 전시 공간을 ‘악기화’하여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가는 전시기간 동안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건물에 악기를 설치하고 연주법을 개발하여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 연주자의 수와 모집 방법은 전시건물의 크기나 프로젝트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웹을 통한 홍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평소 ARIN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던 작가의 주변 사람들로 약 20~30명 정도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들은 2~3주에 걸쳐 공간을 관찰하고 작가와 함께 악기의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ARIN Project-꿀풀 싸운드 2011. 이태원 공간 꿀에서의 공연 장면
작가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악기를 제작하고 설치하며 연주자들은 이 악기로 연주법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악기의 형태나 구조가 수정되고 변형되기를 반복한다. 전시의 마지막 날에는 워크샵 참여자들 중 일부가 라이브 공연을 한다. 워크샵 참여자 들은 그동안 연습한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 협주를 하기도 한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악기 연주나 작곡경험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소리나 음들의 조합으로 연주가 진행되거나 즉흥으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악기는 울림통의 재질과 크기, 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아린 프로젝트에서 하나의 건축적 공간을 울림통으로 만들어 연주하는 것은 그 공간을 청각적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인사 싸운드-전시 공간 해석의 전환
인사미술공간은 가정집을 미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3층 건물로 아르코미술관(Arko Art Center)에서 운영하며 공모에 선정된 작가의 개인전과 기획전을 위주로 전시한다. 지하1층과 지상1층 공간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형태의 깔끔한 전시관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난 전시들을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작가들이 이 많은 벽을 시각적으로 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년간 많은 단체전에서 작가들이 큐브 형태의 실내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채우기 위해 상당히 집착하는 것을 보며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ARIN Project-꿀풀 싸운드 2011. 이태원 공간 꿀에서의 공연 장면
지난 몇 년 동안 공장이나 폐가, 상가 등을 개조한 다양한 형태의 전시 공간이 생겼고 공간 특정적인 전시들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항상 어떤 장소에서든 전시에 사용되는 주 공간과 전시로부터 소외되는 기피 공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외부에 노출되는 공간과 그렇지 않는 공간이 구분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이러한 전시 장소로서 기능이 없는 공간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그 공간들은 공간 자체로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인사미술공간이라는 넓은 화이트 큐브를 비우는 대신 화이트 큐브 외의 공간의 정보를 전시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여기서 화이트 큐브를 비운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공간을 채우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시 기능이 없는 공간들에 대한 청각 정보를 사용하기로 했다. 즉 각 공간을 이용해 악기화하고 그 공간만의 소리를 끌어와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사용하지 않는 낡은 화장실을 기타나 드럼과 같은 구조의 악기로 만들어 그 공간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마이크와 앰프를 이용해 화이트 큐브로 전송시킴으로써 본래 둘이 가지고 있던 기능적 위계를 전환시키고 관객이나 작가가 평소에 주목하지 않던 공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사미술공간이 지닌 전체적인 구조를 바라보는 하나의 다른 시각이 될 것이다.
ARIN Project-꿀풀 싸운드 2011. 이태원 공간 꿀에서의 공연 장면
인사미술공간이라는 하나의 건물을 구성하는 공간들을 울림통으로 악기화하고 악기화된 공간 하나 하나에서 발생하는 음향들이 지하 공연장의 앰프로 전달되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공간들의 소리를 하나의 장소에서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각기 독립적인 특성을 지닌 개별 공간들이 그 나름의 소리들을 서로 뒤섞으므로 또 다른 형식의 소리로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ARIN Project-꿀풀 싸운드 2011. 이태원 공간 꿀에서의 공연 장면
대안 음악 제작 워크샵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연주되는 대부분의 악기들은 정해진 규격과 연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오랜 세월 많은 음악 전문가들에 의해 적자 선택 되어온 하나의 일률적인 악기를 다루는 기술, 즉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아름다운 소리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 ARIN 프로젝트에서는 연주자들이 정해진 규칙이나 학습법에서 벗어나 개인적이고 독자적인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하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워크샵의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악기 연주 경험이 없는데 이것은 오히려 기존의 음악적 구조에서 벗어난 소리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이들은 정말 무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음악이 가진 전통적 질서에 전혀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ARIN 프로젝트는 정교한 박자, 장음계(major scale), 전통적인 연주에서의 악기 구성과 같은 기존 음악의 관습을 거부하고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하여 새로운 악기 제작과 음악 생산을 지향한다. ARIN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음악은 매우 불안정하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존 음악들 또한 무수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 자리 잡은 것이라는 감안하면 새로운 시점에서 시작되는 실험적 형식의 연주는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ARIN 프로젝트는 잘 포장되어지고 다듬어진 완성된 세련된 장르와 작품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음악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음악의 반대편에 불안정한 음(소음)이 있으며 일상 생활에서 매우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한 소리들은 일상을 이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청각적 비일상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면 이것은 분명 미술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 전시 관람 문의 전화 : 02-760-4722 (담당: 인사미술공간 매니저 이재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