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 Longue Distance (머나먼 거리)
전시 작가 : 이 현준 (Hyunjoon Lee AKA EHyunjoon )
전시 기간 : 6월 24일 – 7월 23일
전시 장소 : 그리고 갤러리(Grigo Gallery)
이 전시의 시작점에는 이현준의 프랑스 Port Tonic Art Center 레지던시가 있다. 이현준은 개인전이 기획되고 나서 예정 되어 있던 레지던시에서 개인전에 관한 작업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곳의 상황은 이 곳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고 그렇게 이번 전시의 제목인 ‘Longue Distance’(머나먼 거리)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 전시는 프랑스의 Vivier martime gallo – romain 레지던시 시간들을 차용하고 재구성한 전시로써 인용된 맥락에는 키치적인 패러디와 도발적인 어법으로 전유하는 담론이 결부되어 있다.
#이주와 장소성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설치작들은 레지던시가 있었던 Vivier maritime gallo-romain 의 물리적 장소와 그 곳의 환경을 한국에 돌아 온 이후 한국 작업실 주변의 재료들로 구축한 것들이다. 이현준은 외부에서 마주한 예술 생태계와 문화적 차이, 그리고 레지던시에서 돌아 오자마자 또 다시 작업실을 옮겨야만 했던 자신의 노마드적 상황을 ‘장소성’과 ‘이주’라는 키워드로 재현하고 있다.
이현준은 프랑스의 요트와 경마같은 문화적 기호를 통해서 아티스트의 경쟁적 태도에 대한 감정적 내러티브를 배제한 채 공간적 구조물로 재현함으로써 작품을 주제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화이트 큐브에 위치시켰을 때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관점까지도 포함시키고자 했다.
그의 설치작들은 한국의 작업실에서 ‘해체’와 ‘이동’이 가능한 상태의 설치물로 제작이 되었으며 전시 후에는 간단한 해체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작품으로 조립되거나 이용되기 쉽게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 사용 된 재료들은 실제로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물건들로 전시 후에는 해체가 되어 그의 삶의 동반자로서 또 다른 여정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의 노마드적 예술작품의 완결은 이번 전시가 끝난 이후로 미뤄 질 것이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작업이 될 것이다.
#차이와 반복 혹은 그 시간에 속하는 것
이현준의 이번 전시는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자아를 응시하며 쓰여졌던 일기장의 내용을 차용하는 형식을 띤다. 실제로 그의 작가노트 역시 레지던시에 있으면서 적었던 일기들 중에서 발췌를 하여 쓰여졌다. 그 중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오래 전부터 동양인들한테 요트 문화와 선박업은 하층문화야. 목숨을 걸고 배에 오르는 건 하층민들의 몫이지. 하층민들이 주로 배에 오른다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동양에서는 요트장사가 안되지. 맞어? 어떻게 생각해?” -2016년 이 현준 작가노트 중에서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서 이현준은 그들이 지닌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간극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공동체적 공간과 구성원들의 내부적 갈등, 예술가에 대한 태도, 무심한 존재방식에 대한 은유를 다양한 형식의 브리콜라주로 재생산하게 된다.
작품 ‘점심식사에 입고 갈 티셔츠”는 유럽인들이 문장을 의상에 차용하는 것에 대한 전유로서 자신도 그 곳에서 서울대학교 문장이 들어 간 티셔츠를 입고 점심식사에 가고 싶었던 상황을 패러디하였고 하이소사이어티의 상징물인 말이나, 어떤 특정 제스쳐를 재현한 사진을 통해서 레지던스 기간에 느꼈던 거리감과 불소통 혹은 그들 문화 안에서 부재된 인식에 대해 풍자적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얼터-모더니티
이번 전시는 이 현준이 동시대 작가들이 레지던시를 통해 ‘관계 맺기’라는 패러다임이 만들어져 기존의 문화코드를 초월하고 유목민적 흐름으로 기호를 재생산하는 상황을 주목한 작업 결과물이며 ‘이주’와 ‘장소성’의 카테고리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학적 산물들이다. 이 전시를 마치고 해체될 이 현준 작품의 재료들이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요소를 첨가해서 독특하게 재탄생 될 지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현준은 다양한 영역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로 그의 무심하고 시크한 작가적 태도로 볼 때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들을 언젠가 또 다시 불현듯 우리 앞에 펼쳐 놓을 것 같다. Port Tonic Art Center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자신에게 물었던 예술과 예술가의 태도에 대한 질문에 묵묵히 성실하게 인상적인 설치작업으로 답변한 이현준의 작업을 놓치지 마시고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갤러리 유소영
이 현준 소개
1982년에 태어난 이현준은 중앙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런던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에서 석사를 마쳤다. 플래툰 쿤스트 할레에서 “Supremacists’ Salon”을, 창동 레지던시에서 “Esthetic Education”을 여는 등 수 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아트스타 코리아의 TOP 5까지 간 바 있으며 프로젝트 그룹 “EE Totalart”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9년 플래툰 쿤스트할레,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에 있었고 2016년 프랑스 Port Tonic Art Center 의 레지던시를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ARTIST INTERVIEW
진행: 그리고 갤러리
인터뷰 및 글: 하박국HAVAQQUQ(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
일시:2016년 6월 8일
2016년 3월 31일, 그리고 갤러리 측으로부터 이현준 작가의 인터뷰를 제의받았다.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거라곤 그가 아내 이윤정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EE와 아트스타 코리아에 나온 게 고작이었다. 고심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자신이 경험한 풍경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환경과 주거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작업 노트를 보고 이런 이야기라면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제의를 수락했다. 그 사이 그는 프랑스의 포트 토닉 아트 센터(Port Tonic Art Center)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나는 블로그에서 그의 작품을 시간순으로 훑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 새로 받은 작업 노트는 전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오는 두려움과 작업 주제가 바뀌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호기심을 안고 6월 8일 오후 3시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이현준 작가와 만났다.
하박국(이하 H): 한국에 돌아오신 지 얼마나 되셨죠?
이현준(이하 E):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H: 레지던시는 어땠나요? 포트 토닉 아트 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임베드 된 유튜브 영상을 보니 아트 센터 소개라기보다 관광지 홍보 영상 같더라고요.
E: 정말 좋았어요. 태어나 외국에서 그렇게 호강해 본 건 처음이었어요. 아트 센터라기보다 지인들과 즐기기 위한 장소처럼 보였어요.
H: 가시기 전에 작업 노트를 읽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인터뷰 직전에 다시 받은 작업 노트는 전과 연관 없더라고요
E: 물론 그렇게 말하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저는 제 상황에 항상 집중하고 작업하거든요. 레지던시로 가기 전에는 현실, 집, 이상 등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걸 객관화해 쉼터, 쉘터와 같은 이미지를 작업하려고 했어요. 그런 맥락을 생각하고 갔는데 가니 저 혼자 쓸 수 있도록 빌라 두 동과 BMW 자동차를 주는 거예요. 레지던시는 이런 경우가 잘 없는데 어떻게 된 건가 해서 초대한 분들이 프랑스 남부에서 선박 산업을 하는 부자들이었어요. 레지던시를 이번에 처음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체계가 안 잡혀 있었고 본인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H: 작품과 작업 노트에서 타지에 있는 동양인으로서 겪는 두려움과 쓸쓸함이 느껴져요.
E: 레지던시로 있었던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저는 작업할 때 에피소드를 써먹는 스타일이에요. 작업 노트도 보면 점프가 많잖아요. 거기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나름대로 객관화해 정리해봤어요.
H: 작업 노트에서 상대가 북한과 남한을 구분 못 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E: 그건 직접 나눈 대화는 아니에요. 가상의 인물이 나눈 대화죠. 작업 노트에 있는 모든 대화를 제가 한 대화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H: 전시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특히 글씨가 가려진 회화 작품을 보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E: 제가 영어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라 소통이 원활하진 않았어요. 프랑스어는 전혀 모르고요. 거기서 겪는 언어의 격차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Vivier gallo는 지역명인데요. 로마 시대부터 낚시하던 곳이고 원래 지역명은 굉장히 길어요. 페인팅하다 잘린 부분이 제목이 됐어요. 작품이 설치되고 나면 관객이 저기에 뭔가 완성본이 있을 것이고 다가가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다가가도 볼 수 있는 건 일부분이거든요. 제가 프랑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H: 작품의 제목이 모두 Vivier와 Gallo를 쓰고 있어요.
E: 프로젝트를 기간 내에 끝낸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만드는 일종의 프로세스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작업한 작품 중 다른 맥락이 섞여 있는 것도 조금 있는데 그중에서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가져왔어요. Vivier나 Gallo나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가 세요. 가져온 인물의 특정한 면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이름을 함께 가져갔어요.
H: 단색을 주로 사용하셨어요.
E: 저는 색을 좋아하고 많이 쓰고 싶어 해요. 입시 미술을 할 때 선생님께 색감각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조형적인 작업에 집중했어요.
H: 작업 노트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바다를 보며 미움을 버리고자 한다 근데 내가 미움을 버리려 할 때마다 파도가 나한테 화를 냈다는 것이다"
E: 바다를 보며 어머니와 통화를 했어요. 환경도 좋고 바다도 넓다면 그곳에 미움은 다 두고 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근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항구에 올라가 시간을 많이 보냈거든요. 그러다 떨어진 적도 있고. 제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H: 작업 노트가 불통과 미움으로 끝나요.
E: 작품이 거기에 있던 미움을 순화하고 소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이에나 세 마리의 입체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그 시작은 거기서 저를 초대한 세 명의 형제예요. 그들의 이야기나 생활하며 들었던 것을 재미, 비아냥 또는 고발의 의미로 만들었어요.
H: 어떤 게 그렇게 밉던가요?
E: 대화 중에 여기 있는 미술과 문화는 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상관이 없는 문화 안에서 너희가 접근하는 시도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너희는 아시안인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 장벽이 존재하지 않느냐 해도 다른 건 다르므로 사물놀이를 하지 않는 한 따라 하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H: 전에 주신 작품 노트는 안에도 언급되어 있듯 직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프로젝트로 했던 작업과 연결지점이 있어요. 이현준 작가님은 가족이 공개되어 있고 함께 작업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이를 의식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를 탈피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 아내가 다방면으로 제게 주는 영향이 굉장히 커요. 같이 하는 프로젝트와 제 프로젝트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H: 작업을 혼자 할 때와 같이할 때 어떻게 다른가요.
E: 좀 더 이기적이 돼요. 같이 할 땐 배려를 해야 하고요. 완벽하게 떨어져 작업을 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어요. 떨어져 있어도 매일 한 시간씩 통화했거든요. 모티브나 동기는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H: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EE로 작업한 것과 개인 작업이 같이 있어요. 그래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되거든요. 가끔은 본인의 작업을 온전히 개인의 작업으로만 봐주길 바란 적은 없나요.
E: 노력해도 어렵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그런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을까 싶어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H: EE는 어떤 식으로 작업하시는지 궁금해요.
E: 아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EE 프로젝트를 단절된 에피소드로 생각해요. EE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편적으로 그때그때 흥미로운 이슈를 다루는 거죠. 그런 프로젝트를 하면 성취감과는 다른 재미가 있어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런 욕심이 생겨요.
H: 미술관, 클럽, 공연장, 방송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과 퍼포먼스를 해오셨어요. 퍼포먼스는 현장에서 직접 에너지가 오가는 동적인 행위잖아요. 그게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요.
E: 준비하는 기간에는 퍼포먼스 분위기가 어떨지를 떠올리며 짜요. 퍼포먼스라는 것 자체가 공간에 있는 바이브를 가져가는 거잖아요. 저는 준비를 많이 하기보다 즉석에서 공간의 바이브를 즐기는 게 좀 더 편해요.
H: 저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 EE의 작업을 듣거나 보면 전 세계 대중음악의 타임라인과 함께 생각하게 되거든요. 이현준 작가님은 이를 의식하는 편인가요?
E: 그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고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의식을 하거나 특별히 따라가야겠다고 욕심을 내진 않아요.
H: 최근 가장 영향받은 건 무엇인가요?
E: 빨리빨리 바뀌어요. 요즘은 프랑스인이 고풍스러웠던 5, 60년대에 어떤 감성으로 음악을 했는가 궁금해 계속 들어 보고 있어요. 제가 들으며 느끼는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어요.
H: 포트폴리오에 있는 작품을 모두 봤어요. 샘플링하듯이 익숙한 걸 익숙하지 않게 보이도록 재배치한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작업하는 방식이 최근 유행하는 텀블러 아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E: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블로그 형태로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든 것도 그런 맥락에 있을 테고요.
H: 작품에 작가의 시그니쳐가 강하지 않아요. 표현하신 대로 점프하듯이 작품이 바뀌죠. 경계도 넓거나 모호하고요. 그래서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시간마다 바뀌는 SNS의 타임라인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E: 현대미술작가분 중 자기 것을 갖고 이를 이어가는 분이 많잖아요. 저는 옆에서 보면서 그게 재미없어 보였어요. 아티스트 중에서도 관심사에서 떠나고 탈피하고 싶은데 못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시그니쳐는 본인이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때그때 흥미를 따라가는 게 좋아요. 나이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H: 파운드의 인터뷰를 보니 자신의 작품 세계가 완성되었다기보다 아직 과정에 있다는 표현이 나와요.
E: 계속 과정에 있을 것 같아요.
H: 사람이 자신의 작품의 대표작을 묻는다면요?
E: 저는 답하지 못하겠어요. 보는 분들이 생각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