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X OPENGALLERY, 신진작가의 원화를 사옥 내에서 만나다Ⅳ: 계획된 우연 展
전시기간 : 2015년 08월 03일 ~ 10월 30일
전시작가 : 고영미, 김인영, 윤영, 김현희
전시장소 : 네이버 그린팩토리 2F 도서관 쪽 복도
많은 사람들은 추상화가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아무런 지식이 필요 없다.”는 칸트의 말처럼, 작가의 의도를 읽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직관에 의지해 작품을 관찰해보세요. 우연의 결과처럼 보이는 추상작품에서 계획된 작가의 의도를 발견하는가 하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더 큰 감동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낯설게 느껴졌던 추상화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영미 작가는 사적 경험과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풀어냅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건, 사고의 이미지를 얻고 동화적인 이미지를 첨가하여 불편한 진실을 한 폭의 잔인한 동화처럼 표현합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1호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를 모티프로 평소 작가가 사람들에게 쫓기던 꿈의 기억을 결합해 13개의 패널로 완성했습니다. 아이들이 밝은 빛에 쫓겨 질주하는 느낌을 뿌옇고 흐린 형태로 렌티큘러 판에 입혀 움직이는 드로잉으로 만들어 시적 분위기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인영 작가는 전통적인 동양의 화조도와 산수화에서 소재와 화면 구성을 차용하되 재료로는 매끈하고 인공적인 에나멜페인트를 선택합니다. 풍경에서 출발한 작품에는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고 서로 섞이는 페인트의 질료적 특성으로 인해 추상적 형태가 나타납니다.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나는 형태가 이끄는 연상작용을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의 연상작용을 염두에 둔 채 계획적으로 형태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도와 우연 사이의 긴장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풍경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작품 속 모호한 형상은 사람인지 동물인지 혹은 기계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그 형태가 변형되거나 왜곡되어 있습니다. 윤영 작가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호한 다중자아를 표현합니다. 기술의 발달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현대인들은 자아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작가는 우리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는 모호한 형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캔버스 속 형태를 정의 내릴 수 없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김현희 작가는 마치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듯한 형상을 통해 소리가 우리에게 와 닿아 인상을 남기는 과정을 표현합니다. 소리가 일으키는 다양한 심상은 밝음과 어두움, 유채색과 무채색,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등의 시각적 요소로 변환됩니다. 날카로운 칼로 종이를 오리는 컷드로잉 방식을 활용한 작품은, 멀리서는 역동적인 형태감으로 가까이서는 미묘한 색감 변화와 세밀한 무늬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마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고유의 울림과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