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비는 2016년 봄을 맞아 이정은 작가의 8번째 개인전 <꽃과 그릇>을 기획하였습니다. 이정은 작가는 과일이나 작은 오브제들을 화폭에 담아내어 일상생활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거창할 것도 멋질 것도 없는” 일상 안에서 작업의 소재를 찾아내어 그림으로써 “은밀한 기쁨”을 발견하고자 했던 작가는, 그의 작업을 “평범한 일상의 연장”이면서도 동시에 “유희”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크고 작은 기쁨 역시 작가의 유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 실상 의미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한번만 흘러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은 시간의 흐름을 미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제 8회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양한 꽃들과 계절을 연결시킵니다. 예를 들어 작약은 ‘화병에 담긴 5월’, 남천나무는 ‘화병에 담긴 가을’로 불립니다. 꽃은 또한 어떤 특별한 감정들-포근함, 풍요, 질투-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정은 작가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화려하게 치장된 중국의 유물을 화병의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기능하지 못하는 화병들에 꽃을 담아 보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화병에 꽃을 넣어 곁에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 시간과 마음이 느긋해지는 여유, 그리고 불과 흙으로 빚은 그릇을 식기로만이 아닌 꽃을 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 여유를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