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표는 극단적 하이앵글을 생산할 수 있는 드론의 기능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사진가이다. 해외전시를 비롯한 여러 그룹전에서 자신의 사진세계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었던 작가는 지난 5년여의 작품들을 모아 <바람의 숨결>이란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짧은 기간이 아닌 여러 해 동안 작가의 모든 역량을 담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운 사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작품크기가 4미터에 육박하는 것까지 있어 섬세한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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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눈으로 바라본 대지의 아름다운 추상
평론 | 임상섭(도서출판 파란사진)
사진은 발명 이래로 속도를 가능할 수 없을 만큼 스스로를 빠르게 진화시켜왔다. 은판에서 시작해 종이와 유리, 비닐을 거쳐 지금의 광센서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변화는 곧 사진의 형식과 내용에 곧바로 적용되었고 이는 사진과 기술이 따로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진가들은 기술이 진화할 때마다 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상표의 시리즈 《바람의 숨결》은 이러한 기술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19세기 나다르가 타고 올랐던 열기구의 대체재인 드론을 이용해 극단적인 하이앵글로 그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극단적 하이앵글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함과 동시에 사진의 기본 속성인 구체적 지시성을 배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는 이미지를 접하는 감상자들에게 대상의 실체를 짐작할 수 없는 모호한 형태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이처럼 형식적인 측면에서 작가의 표현 의도는 ‘드론 작업은 모든 피사체를 축소하고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더욱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람의 숨결’이 품고 있는 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검수리’와 ‘참매’가 하늘을 유영하며 바라보는 세상을 그저 받아 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검수리와 참매에(작가가 드론에 붙여준 이름) 자신의 시선과 감성을 이입시킴으로 이미지의 내적인 영역을 채우고자 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전지적 시점을 공유하며 자신을 잊은 채 그저 바람을 타는 새가 되어, 대자연 안에서 미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한상표는 어쩌면 새의 눈이 아닌 새의 날개를 더 갖고 싶어 한 것은 아닐까.
《바람의 숨결》은 웅장하지만 소리 없이 생성되는 자연의 결을 생각하게 만든다. 드높은 하늘에 떠 있기 위해 거스르지 않고 바람을 타고 흐르듯 활강하고 있을 새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상표는 바람이 내쉬는 들숨과 날숨이 대지를 따라 그려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결을 담았으며 숨을 쉬면 곧 파도가 치고 눈이 흩날리며 누운 풀들이 일어날 것 같은 생동감을 담았다. 지난 5년여간 사진가로서의 한상표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으며 만들어낸 최고의 역작들임과 동시에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과 작가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윤회의 사상을 담아내고 있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