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현 <한 평의 우주>
갤러리 시작 _인사동길 14 (인사동 대로변 스타벅스 옆 2층)
2022.4.1 (금) ~ 2022.4.10 (일)전시
종료일 4.10은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2017년 가을 <휴식의 숨>으로 온전한 ‘休’ 공간을 찾고자 했던 작가를 5년 후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만나다. 무엇보다 작가의 색채감에 깊이 매료되었던 나는 다음 전시를 오래 전부터 심히 기다려 왔다. 그림은 형태로 이야기하고 색감으로 마음을 달랜다. 한 편의 시에서 함축적 의미를 찾듯, 기다리던 산문집 첫 장을 넘기듯… 설레이는 마음으로 안소현 작가의 <한 평의 우주> 공간에 문을 두드려 본다.
-----------------------------------------------------------------------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도시인가요? 섬인가요? 구름 속인가요? 마음에 있나요? 허공에 있나요? 자연에 있나요?
저는 한 평의 우주에서 지내고 있어요. 작은방에서 매일 그림을 그립니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세계라서 한 평의 우주라고 이름 지었어요. 이곳에서 날고 웃고 울고 내 몸과 마음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손끝에 모아 그리고 있어요. 지도로 살펴보는 저 먼 나라의 불 꺼진 작은 상점에 우주가 있길 바라고, 어두운 구석을 처연히 바라보는 강아지의 눈에는 따듯한 별이 비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어디든 깜깜히 어두운 곳에는 우주가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어둠을 곧이 바라보기가 슬펐기 때문입니다.
작은 슬픔이 커다란 상상을 만들고, 환상을 그려내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결국 어디라도 괜찮다는 묘한 용기를 주었어요. 어디라도 괜찮아요. 벼랑 끝이든 망망대해이든 낯선 황무지 어디이든 상상의 세계가 늘 눈앞에 있으니까요. 눈을 감고 보면 환상의 세계가 나타납니다. 사실은 어디라도 괜찮길 바라는 나의 여릿한 희망이고 작은 그림이지만, 이곳이 진짜라고 여깁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며 그림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에요. 내가 사는 곳이 그림 속이면 어떠한가요. 그림이 나를 살게 하고 있습니다. 고른 숨을 쉬게 합니다. 안온하게 만듭니다.
무엇이든 죄가 없는 그림의 세계에서 영영 나오지 않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살게 해주니 참으로 감사한 나의 세계입니다. 이곳에 잠시 놀러 오시겠어요?
2022년봄
나의 작은 한 평의 우주에서
안소현님 작가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