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팝 신진작가 공모 선정작가]
✔고요의 숲 : 꿈 속에서 마주친 나
브이악 개인展
2015. 06. 20 - 06. 26
아트스페이스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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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브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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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육신은 유일하지만 혼은 수 없이 많은 곳에 묻어나 있다.
나는 뷰파인더 속 나의 혼이 담긴 피사체와 마주칠 때면 그 찰나를
꿈이라 느끼며 셔터를 누른다. 어쩌면 지구 상에 스쳐 지나가는
이 모든 순간순간은 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신적인 치유를 위해 찾아간 고요가 흐르는 이곳은 아름답지만
기묘한 공허함이 가득하다. 숲에서 마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듯
유유히 셔터를 누르며 초상화를 그려 나간다. 기존에 해오던
디지털 작업 방식을 탈피하고 오직 35mm 필름만을 통해
<고요의 숲; 꿈 속에서 마주친 나>를 만들었다.
2009 졸업작품전시, 제로원 디자인 센터, 서울
2010 계원조형예술대학 멀티미디어디자인과 졸업
2011 애즈원, 걸스데이, 이정 등 음반 디자인&영상 비주얼 아트디렉팅
2012 노을, 플레이하우스, 제이 등 음반 디자인 비주얼 아트디렉팅
2013 실험영화 <묘> 연출. 행위예술
2014 <15th Gakum Exhibition> 전시, 갤러리 크랑데, 서울
브이악 (VAC); 백만 가지 극단이 일렁이는 숲
눈으로 보는 이미지는 휘발성이 강하다.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 하기에 같은 사물이나 풍경도 개개인의
주관적 시각으로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반면 뇌로 읽혀지는 텍스트는 객관적 정보라는 형식으로
인간의 판단에 논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각비평가 존 버거 (John Berger)는
<본다는 것의 의미>에서 우리가 보는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의미의 깊이를 드러내는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의 쇠퇴는 사진의 발흥과 시기가 일치하고, 자본주의의 맘몬 (Mammon)은 이미지를 품고
대량으로 전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는 분명 인간에게 기억하는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이제 인간의 눈을 대신해 전지전능한 감시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90년대 개인과 기업에서 PC를 기반으로 홈페이지가 중요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어우러지면서 컴퓨터는 손 안으로 들어오고,
고전적 매스미디어 (micro media)가 아닌 마이크로미디어(micro media)가 중요해지게 되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인스타그램 (Instagram)은 이미지를 매개로
뜨거운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유튜브 (YouTube)는 어떠한가
2005년 시작된 무료 동영상 공유사이트가 언론을 능가하는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귀찮게 말로 설명 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마치 불교의 이심전심을 떠올린다.
반면 30대 이상이 즐겨 사용하는 트위터 (Twitter)는 140자 이내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데,
텍스트의 장점을 살려 간결하면서도 정확하다.
단문의 형태로 빠르고 강하게 전파 되는 모습이 성경 말씀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망령된 표현일까.
브이악의 <숲> 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의미 없이 빠르게 찍히고 지워지는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라 아날로그 카메라로 느리게 담았다. 뷰파인더에 보이는 피사체와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시간에 저항 하듯 셔터를 누르며 자신의 흔적을 기록 하며 또 지워나간다.
역설적으로 사진은 잊기 위해 기록 하기도 한다. 그리고 종이에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를
연상 시키는, 상상속의 유기체 (organism)를 드로잉을 그리기 시작 했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트라우마 (trauma)의 치유를 위해서 찾아간 숲,
이 곳은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공허함이 가득하다. 무성한 나무를 마주하고 쥴리앙 그락 (Julien Gracq)의
설에 나오는 초현실적 사랑으로 번민 하는 꽃미남 (beau tenebreux)이 되어보기도 하고,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에서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고 기뻐한다. 물 위로 뻗은 축 처진 잎사귀에서
기다림을 보고, 돌 위를 뒤덮은 이름 모를 이끼에서 망각 (l’oubli) 혹 용서를 배운다.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진 새집에 남겨진 온기를 추적하고, 마른 가지에 달린 잎새를 보고
마지막 남아 있는 영혼의 고독 (desert de l'ame)을 내던진다.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의 힘찬 날개짓에서 파장 (longueur d’Ondes)을 떠올리고,
강아지풀의 가냘픈 떨림에서 대지의 숨결을 느껴본다.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내어
부풀린 머랭 (meringue)을 구워낸 프랑스식 디저트 수플레 (souffle)처럼, 그는 부서지기 쉬운 (fragile) 사람이다.
포토스튜디오에서 일 하면서 만났던 브이악. 이미지와 텍스트는 물론이고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디자인, 실험 영화까지 그의 활동 반경은 무척 흥미롭다.
스냅 촬영을 갔다가 갑자기 내린 소낙비에 카메라가 젖지 않게 트렌치 코트로
감싸안은 자태, 폭우가 내리던 저녁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서 막차가 올 때까지 나누었던 대화,
촬영이 없어 무료한 평일 오후 스튜디오 한 켠에서 스팀 다림질을 하면서 끝 없이
피어오르던 수증기 구름. 기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조각난 파편 같지만, 감추고 싶던 상처가
반짝이는 별들로 다시 살아나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이 바로 크리에이티브가 아닌가 싶다.
이미지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라면 텍스트는 속에 담겨진 정신이다.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가 없는 작품은 껍질과 다름 없다. 하지만 아무리 교양이나 지식,
철학이 뛰어나도 이미지 메이킹 (image-making)에 실패하면 비난 받을 수 있는 것이 또 예술이다.
상업 (commercial)와 순수 예술 (fine art)의 경계가 허물어졌다지만 극과 극은 통하고 있다.
"돈을 벌려고 열심히 만들다 보니 남들이 예술이라고 불러 주더라"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은
극단 (extreme)에 대한 함의이다. 21세기에 와서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요셉 슘페터 (Joseph A. Schumpeter)가 주창한 혁신 (innovation)과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
스타트업 (startup)과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은 극단의 극치를 보여준다.
예로부터 자본주의는 극단을 추구 하고 시장은 중도를 배척해 왔다.
자본주의의 꽃이자 극단인 예술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우리는 오늘도 극단을 위한 외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다.
■ 리사 권 (소설가, 도프앤컴퍼니 아트디렉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