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락사스 (ABRAXAS)
김선우 | KIM SUN WOO
전시기간 : 2015년 10월 8일 (목) - 10월 23일 (금)
전시장소 :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상암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은 아브락사스(Abraxas)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Broadcasting, 116.8x91cm, mixede media on canvas, 2015
Dodo excavation site, 72,5x90.5cm, water color on penel, 2015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오래전 유목(遊牧)이 끝난 지 오래 된 정주(定住)사회이다. 정주사회에서는 정주사회라는 규격에 알맞은 인간을 원하며 그러한 인간을 생산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때문에 소위 어떤 ‘권장되는’ 기준을 정해 놓고 사람들을 그렇게 살아가도록 유도한다. 우리를 둘러싼 온갖 미디어는 ‘좋은 것’을 규정짓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러한 ‘강요 아닌 강요’는 국가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족, 친구, 지인 할 것 없이 모든 방향에서 직·간접적 무차별 폭격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개개인은 다채로웠던 꿈을 잃어버리고 마치 거대한 기계 속의 하나의 부품처럼 개체화·몰 개성화 되어버리고 만다. 대학이 가지는 학문적 가치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이며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이란 소위 ‘삼성 맨’ 이나 ‘공무원’ 이 되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게 되었다. 유래 없는 자유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획일적인 모습을 좇아가게 된 것이다.
Rider,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15
Riders,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15.JPG
Routine, 324.4x130.3cm, mixed media on canvas,2015
Self-esteem, 111.5x111.5cm, mixed media on canvs, 2015
나는 이러한 세태속의 현대인들이 마치 날개를 잃어버린 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로든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새는 흔히 자유의 상징으로 쓰이곤 하지만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새들은 모두 날개가 잘려나간 채로 인간의 몸과 옷 속에 갇혀있다. 이것은 날개라는 자유의지가 분리되어 땅에 발을 붙이게 된, 새 이지만 새가 아닌 새로운 ‘새 인간’인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본인이 주로 작업 해 온 ‘새 인간’과 ‘도도새’에 관한 작업을 선보인다.
‘새 인간’ 시리즈의 홀로그램 스티커가 나타내는 형형색색의 빛깔은 실제로는 빛의 굴절과 착시에 의한 하나의 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홀로그램의 속성이 위에서 언급한 본인의 작업 주제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타인이 정해 놓은 신기루 같은 꿈들을 무작정 좇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형형색색의 화려한 꿈들을.
고군분투, 31.5x40.5cm, mixed media on canvas, 2015
도도새에 관한 작업은 일현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일현 트래블 그랜트 2014>에 최종 선정 되어 항공권을 지원 받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에 한 달 간 체류하며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새 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나는 법을 망각해 멸종해버린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우연히 도도새에 대한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알게 된 뒤로 나는 늘 도도새에 대해서 생각해왔다. 어쩌면 우리 또한 도도새와 같은 운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체적인 자유라는 날개의 깃털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도도새들의 죽음은 순교와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부터 몇 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에 점처럼 떠있는 제주도만한 섬, 모리셔스로 순례를 떠나는 순례자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도도새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찾아서.
공동진행, 72.7x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15
관주음보살. 33x19cm, mixed media on canvas, 2015
하얗게 불태웠어, 65.1x53cm, acrylic on canvas, 2015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은 아브락사스(Abraxas)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새 인간’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도도새를 찾아 떠났던 여정은 본인에게 있어 세계라는 알을 깨려는 의지의 증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언급했던 호모 비아토르란 ‘떠도는 인간’으로, 인간이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길 위에서 방황할 때 성장해서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브락사스(Abraxas)에 닿으려는 의지와 맞닿아 있으며, 본인이 작업을 해 나가는 이유이며 목적지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이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믿고 있다.
ⓒ 김선우 작가노트 중에서
김선우 작가 @ Wind_island@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