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122번째, 기획초대전
122th anniversary Exhibition Scalatium Artspace,
by Chung Young Hwan
BLUESCAPE - just looking
Artist. 정영환 / CHUNG YOUNG HWAN SOLO EXHIBITION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기획초대전 강남
2016년 10월 27일 (목) - 11월 24일 (목)
SCALATIUM ARTSPACE
정영환 just looking 116.8x80.3cm oil on canvas 2016
자연을 관조한다는 것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바라보는 것에 감정이입을 하며 그것에 몸을 의지하고 정신까지 맡긴다. 그 행위의 과정에는 이중적인 잣대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의식 속에 숨겨진 양면성은 무섭다. 의식의 결과물이 화폭에 그려짐에 있어 그것은 절대 그 의식의 결과물이 아닐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 의해 의도되지 않은 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져 소통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따른다. 교감이 우리 몸의 신경적 기계장치에 의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무엇인가를 느낀다는 것은 각자의 고유 권한이며 각기 다른 바라보기의 방식이다.
정영환 just looking 162.2x97.0cm oil on canvas 2016
일상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들의 범람과 마주한다. 그것이 생물 혹은 무생물이거나, 물리적이거나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이거나 상징체계에 의해 명명(命名)되어진 이미지들인데, 그 대상이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서 각자의 기억과 습관, 취미 등을 들어내 보이거나 감춘다.
정영환_Into the BlUe_ 91.0x60.6cm_ acrylic on canvas_ 2016
내가 살고 있고 우리들이 문화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 대도시! 자연이라고는 창문 너머로 높은 송전탑이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과 계획된 조경으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몇 그루. 오히려 화폭에 재현되는 풍경으로 삭막한 마음과 육체를 위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단지 자연이라는 모티프를 통해서 내가 바라보는 방식에 의하여 그 이미지를 재현하며 탐닉하고 있다. 다소 진부할 수도 혹은 전형적일수도 있는 패턴과 조형방식으로서 말이다.
정영환_just looking_116.7x91.0cm-acrylic on canvas 2015
바라보는 방식에 의해 그저 바라본다는 것은 형과 색의 절제와 서사적인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의 의도된 부재에 있다. 이미지의 더하기와 빼기를 반복하고 여백을 강조하여 평소에 바라보았던 자연, 풍경과는 분위기가 다른 선택된 의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택한 자연은 거대한 자연의 일부분만을 형상화하고, 이미지를 없애버리거나 여러 장면의 풍경을 융합하여 버무린다. 거대한 자연의 서사적인 설명을 빼고 여백이 강조된 형상은 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조우한다.
정영환_just looking_162.2x97.0cm_ oil on canvas_2016
정영환_just looking_162.2x112.0cm_ acrylic on canvas_2015
작업은 어떤 교감을 형성할 것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타이틀처럼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될 뿐이다. 바라보는 견자(見者) 입장에서는 재현된 이미지가 실경(實景)인지 아니면 이곳이 어디일까? 마음속으로 물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본 어디, 내가 보았던 어떤 사진 등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마음속의 기억과 추억의 기호들을 헤쳐 갈 것이다. 새벽도 낮도 아닌 낯설고 차가운 색으로 채색되어진 자연은 그렇게 바라보는 각자의 방식에 의해서 기억을 들어내거나 감추게 된다.
정영환_just looking_162x112.0cm_acrylic on canvas_2015
이와 같은 작가와 견자와의 상호작용은 나의 고뇌와 연관 지어서 생각 할 수 있다. 현실적인 풍경, 자연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리얼리티를 강조한 이미지들이 현실성이 없어져 보이도록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미지를 선택하고 그려야 하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구원하길 갈구하는 구도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택해야만 했다. 작업은 자연풍경으로 팍팍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온통 푸른 색조의 차가운 색으로 채색한 자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에 평온을 깃들게 한다. (정영환, 작가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