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Exhibition
Seo Yun Jeong
' L a y e r s o f i l l u s i o n'
2017.04.19.Wed - 05.01.Mon
‘한글’은 의사소통의 근간이 되는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한 우리나라 고유 문자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문자는 혹은 말, 곧 언어는 반드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것일까?
조형적으로, 시각적으로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자나 말은 그 형태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알아듣지 못하는 잡음까지도 우리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듯이 말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평면에서 기하 문자의 크기, 위치와 밀도의 레이아웃 변화로 선의 반복을 통한 리듬(Rhythm),
선의 변화를 통한 멜로디(Melody), 선의 중첩을 통한 하모니(Harmony)를 패턴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 Layers of illusion_01, 93x93x7cm, 오간자에 DTP,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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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의 결합을 통해 음절을 이루는 한글 구조는 건축 구조의 경사와 위사의 짜임과 유사한 형상을 이룬다.
연구자의 작업은 원과 직사각형의 두 가지 기하도형의 틀 안에서 이러한 한글 구조의 비율과 크기,
각도의 변화를 통해 공간을 만든다. 모음과 자음을 모두 사용하기는 하지만 자음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
기하형태를 위해 주로 고딕체를 사용한다. 그리고 조밀하게 밀집된 선들로 리듬을 생성하고 긴장감을 높인다.
선들의 밀도에 따라 톤의 변화와 깊이를 만드는 것이다. 레이어들 끼리 서로 겹쳐져 교집합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패턴을 배열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구조화된 한글 그래픽 텍스타일을 오간자 천에 프린트한다.
작품은 프린팅된 오간자 천을 사각의 틀에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며 두 겹이나 세 겹으로
팽팽하게 사방으로 당겨서 완성된다. 한지에 먹의 농담처럼 흑백의 레이어가 서로 섞이고 중첩되어
또 다른 이미지가 생산된다. 여기서 가장 바깥쪽 레이어의 흑색부분은 아래 레이어의 색을 흡수하여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고 백색 부분은 빛을 반사하며 아래 레이어의 이미지를 숨긴다. 오간자에 나타난
흑색 면은 아래 숨겨진 레이어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투명한 창이라면 백색 면은
은근히 형상을 가려주는 비밀스런 베일과 같은 존재이다.
투명한 천의 중첩덕분에 작품은 기하패턴임에도 불구하고 절제되고 모호한 공간을 품게 된다.
특히 어른거리는 오간자의 텍스추어는 숨김과 드러남을 넘나들게 되어, 관람자들은 부유하는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번 전시 작품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모호함은
오간자의 투명성과 한글 패턴의 중첩이 만들어 주는 은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봄이 오는 작업실에서 -
서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