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Exhibition
Hi Im Seong
' 하얗고 검은 이반_은폐된 알레고리2 '
2017. 08. 16. Wed - 08. 21. Mon
본인은 초기부터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각 이미지들에게 의미들을 투여하고 이들 조합에 따라 전체 의미
유추를 추구해왔다. 이를 통해 '이상향에 대한 현대인들의 동경', '현 시대에 대한 통찰', '현상학적 세계'
등을 담담히 표현해 왔다. 이러한 의미 조합 방법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주목하는 것은 이미지 내 파편들이
의미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바이다. 이를 위해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vanitas) 회화의
알레고리(allegory)적 조합방법을 QR마크를 통해 새롭게 전달하게 되었다. 근작들 중 콜라그래프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전체형상은 자연물들의 형상을 응용하였고, 또한 그것을 작은 부분들로 독립화 시켰으며,
그 내부엔 QR마크들을 작게 삽입하였다. 관객들이 처음엔 이미지를 눈으로 감상하며 사유하지만,
곧 스카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동영상의 출현을 목격하게 된다. 그곳에는 작가가 기획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관객은 여기에서 더욱 명료한 내용을 전달받게 된다. 최근 각종 첨단 스마트 기기들로 온몸을
무장하고 사회를 배회하는 디지털 시대 '신유목민'들의 무기를 작품 감상에 활용하게 한 것이다.
시각으로면 감상하면 관객의 개인적인 감상에 머무르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작가가 제시한 의미,
또는 작품의 감추어진 면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관객의 신체 행위 자체가
작품을 마지막까지 구현하는 요체가 된다. 이를 통해 콜라주화된 즉물적 외면, 물리적 시각으로만 향유한다는
형식에 각자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 혹은 본인의 손이라는 신체를 활용하여 새롭게 감상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또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탐험자처럼, 화면 여기저기를 스캔하며 그때마다 생성되는 다양한 텍스트의 편린들을
즐기는 유희적 미(美) 경험으로 확대시키고자 하였다. 그럼으로 전통미술과 디지털 기기의 혼융,
기존의 인식적 사유와 디지털 영상 체험의 융합, 다중감각의 활용을 꾀한 것이다.
화면 내 작은 이미지들은 '지식과 무력의 권력', '시간의 유한함' 등 다양한 의미들을 담고 있으며 이들은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 하는 전체 의미로 통합된다. 즉 비구상적인 형상과 '그것과 다르게 말하는'
의미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본래와 다르게 말하기'라는 알레고리 방법은
문학과 미술에서 두루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19세기 낭만주의 이후 인간 내면의 본연한 심오한 형이상학을
표상시키는 '상징' 개념의 융성 이후 그 쓰임새가 감소하였고, 오히려 현대에서 크레이그 오웬스(Craig Owens),
스티븐 멜빈(Stephen Melville)등에 의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작품의 다양한 매체, 장르, 형식들의 결합,
잡종 교배, 다의성 등을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시 부각되었다.
이처럼 본인은 QR마크의 투여를 통해 전통미술의 알레고리를 디지털 시대 새 미디어인 스마트폰과
결부시켜 계보학적으로 복원하고자 하였다. 전통 미술의 형식 내에 일부 현대 이기들의 파편들을 삽입하고,
모바일의 비물질화된 화면과 연동시켜 감춤과 드러남이라는 알레고리적 방법으로 치장한 것이다.
다만 QR마크라는 정해진 형식과 기존의 조형적 외면과의 조화는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물론 기호와
유사한 패턴이나 모양 등을 화면 일부에 넣어 양자 간의 조화로움을 꾀했으나, 이미지와 특정 형식을 갖춘
기호와의 어우러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