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DGALLERY Invitation
Lee, SeHwa 6th Solo Exhibition
2018. 05. 23. wed - 06. 04. mon
예술은 감추어져 있는 것을 드러내곤 합니다. 금리가 20%에 육박하던, 모든 사물이 총천연색으로 물들어 있던
호시절에 예술은 인간과 사회의 꺼풀을 한 장 한 장 벗겨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우리의 내면은 환상적인
'칼라 테레비'의 색깔이 아니라 잿빛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때로는 기분을 봐가며 때로는 누설을 폭로의
수준으로 외쳤습니다. 오늘을 봅니다. 우리의 심성운 우리를 두르고 있는 낮은 자리의 숫자들만큼 암울합니다.
세개를 포기하던 젊은이들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암묵적 지령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호시절에 내면 깊숙이 감추어져 있던 잿빛이 표피를 뚫고 나와 사롸에 전면화해 있습니다.
나는 이 잿빛의 시대에 사람들이 잊고 있던 '좋은 것'들을 소환하고자 합니다. 소위 행운, 행복, 모든 좋은(선한)것들의 정수를
포착해, 우리를 두르고 있는 사물과 사건 위에 안착시키는 작업,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살'개념을 원용해서
얘기하자면 새로운 살을 덧씌우는 작업입니다. 새로운 살을 통해 우리가 세계(시대)와 새롭게 상호작용하길 의도합니다.
최근 시리즈 작업은 '포르투나(La Fortuna)'라고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행운과 운명의 여신의 이름, 다만 나의 포르투나는 자본주의적 행복은 저 위에 편만하게 운행하는 행운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낚아채는 자에게 누설되어지는, 말하자면 '눈을 뜬' 여신입니다.
이것은 성선설로의 개종을 뜻하거나 신기루 같은 악의적 희망고문이 아닙니다.
매일 안주머니에 써놓은 사직서를 다시 한 번 구겨 넣으며 짧은 한숨과 함께 내뱉는 처절한 다짐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좁은 길을 하루하루 걸어 나가는 어떤 이의 눈물겨운 신앙고뱍과 같은 것입니다.
특별히 Exotica라는 제목의 가변설치작업을 통해 나는 '보는 법 바꾸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낯설게하기' 기법을 시각.조형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서사의 통시적 진행을 방해하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사건의 중단을 노리는 것,
1) 그리고 내재적으로 횬존하는, 어떤 의미에서 원시적이고 태초적인 선함과 좋음을 포착-캡쳐-전면화 하는 중입니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익숙했던 사물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 이국의 진귀한 물건(exotica)이 됩니다.
나는 오브제들이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포르투나의 살을 덧입혀 감추어져 있던 내재적
'좋음'을 포착해낼 수 있도록 돕길 바랍니다.
그것들을 제대로 언어를 갖게 하기 위해 오브제 수를 계속 늘여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