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전시작가 : 권아리 / KWON A RI
전시기간 : 2015년 5월 8일 - 5월 22일
전시장소 :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상암점
현대 사회가 급진적 발전을 추구하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상호 적대와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는 정신적 빈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간 소외 등 내면의 문제가 공존하며 물질을 넘어서는 정신적 가치는 결핍되어져 간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아는 억압되고 고립되어 간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자와의 관계에 비롯된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은 독립된 주체로서의 자아 존재감을 극대화 시켰다.
작품 속 자아를 대신하는 형상은 내면의 울림과 심상 속에 떠오르는 자아를 포착하는 창조적 승화의 결과로 감정 상태를 분출시켜 표현함에서 비롯된다. 작품으로 풀어지는 주된 영감은 내면의식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한계와 목표의 좌절로 인한 박탈감, 타자와의 관계 속에 느끼는 소외감, 사회에서 요구되어지는 기대치와 이로 인한 부담과 불안, 일상에서 시시각각 느껴지는 순간의 감성, 이상에 대한 열망과 이에 수반되는 갈증, 현실에 모순된 의지와 희망, 그리움의 정서 등이 깔린 내적 갈등과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로부터 탈피함으로 자유를 얻고 이 같은 현실에 반(叛)하여 도피함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의식과 무의식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환영을 만든다. 다시 말해 작품 속 초현실적 이미지들은 의식과 무의식이 상호적으로 연계되며 나타난 환영의 형태로서 화면에 자리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표출의 결과로 내면세계의 창조적 승화를 통한 정체성의 확인과 깊은 무의식속 상흔의 치유를 상징한다.
의식 내면에 억압된 심리적 내용들을 은유적 의미로 표현하면서 동시대인들의 사회적 심리와 결부시켜 이들의 관계적 특성을 응축된 내면과 본질적 문제에 관한 의식, 심리적 상실과 고독감, 불안과 일탈의 심리에 집중하여 무의식적 상처를 어루만지는 정서적 타협으로서 심상공간으로 구현하였다.
공간은 섬세한 필치로 채워진 초원, 우주의 공간, 숲, 호수, 바다, 사막, 섬 등의 조형으로 나타난다.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자연미의 모방은 단일한 대상을 선택하거나 혹은 상이한 개개 대상을 관찰하여 그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전체로 만드는 것이다. 객관적 자연의 공간에 주관적 상상이 더해져 초현실적 공간으로 구현된다. 자아의 형상이 머무는 공간은 현실을 벗어남으로서 어떤 위험요소나 감정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독립적 안식의 공간으로 설정된다.
현실 속 의식세계와 내면세계 무의식의 영향을 받아 표현 된 시공을 초월한 공간은,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젖힌 공간으로 진공상태(無)의 공간을 부유하거나 그 안에서 자라나는 들판과 언덕, 물가와 섬, 사막과 바다, 하늘과 우주의 공간, 소행성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모호한 지형, 방을 연상시키는 공간 등의 조형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작품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공간은 모두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 경험들을 통해 받은 인상들, 혹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독립된 가상의 공간 안에서 안식을 취하고 희망을 기원하는 내면의 바람에서 기의한다. 심상 풍경 속 상징화 된 자아의 형상은 초현실적 인상을 극대화한다.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자아의 이미지들 그리고 심상풍경은 연구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잠재된 의식의 반영이자 현재를 구성하는 일상 속 기억들의 재구성인 것이다. 내면의 자아를 시각화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떠오르는 형상을 작품화한 것으로 가상적 공간 안에서 변모하지만, 공간 속 주체가 되어 내면의 고독감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외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이면에 누구나 고독감을 숨긴 채 살아가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 문제에서 비롯된 작업들이 개인 내면화의 과정을 통하여 거울을 바라보듯 진솔한 소통과 교감, 그리고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