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특별전
장유진展 / JANG YU JIN / 張有進 / 장지에채색
2014_02.04 ▶ 2014_02.10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 또는 어떤 그림을 좋아하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건 마치 여름과 겨울 혹은 짜장 짬뽕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극단적인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런 질문은 곤란하고 대답하기 쉽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장유진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작가 안창홍이 떠올랐다. 그의 작품 가운데 <화가의 똥>이란 그림이 말이다. 파란색 바탕을 배경으로 절벽 꼭대기에서 작가 자신이 똥을 누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작가도 각별하게 생각했는지 자신의 홈페이지 대문 이미지로 떡하니 걸어 놨다. 이처럼 안창홍은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화가다.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얘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장유진은 그렇지 않다. 은유적이다. 색채도 내용도 안창홍에 비하면 조심스럽고 얌전하다. 섬세하고 가녀리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두 작가의 성향은 앞서 언급한대로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는 절대적인 평가의 문제가 아니다. 좋고 싫다는 이분법적인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두 작가의 그림은 서로 다를 뿐이다.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작품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장유진은 작업노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똥개가 판을 치고 다닌다. 여기저기를 자유로이 다닌다.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 달라 조르고, 또 조른다.
똥개가 나보다 낫다. 짖고 싶을 땐 짖는다.
이 골목에서 내가 최고인 골목대장처럼 거칠 것이 없다.
또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돌아다니며, 바람을 느끼고,
자유를 찾는 풍류시인이 되기도 한다.
보잘 것 없는 작은 똥개는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새로운 내가 된다.” –유진.J
이 글만 봐도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가늠된다. 이런 주제의식은 여러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 한 것들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것을 통한 역설적 발언. ‘똥개’는 장유진이 간접화법으로 그린 자화상이다. 장유진은 자신의 감정을 ‘똥개’에 이입시킨다. 경험과 사유의 단상을 ‘똥개’라는 캐릭터로 번안한 것이다. 장유진의 그림엔 이야기가 있다. 의인화된 ‘똥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소품을 등장시키거나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은 언제나 ‘똥개’다. 이런 문학적 요소를 극대화시키는 또 다른 장치는 화면의 여백에 쓰여진 문장이다. 오른손잡이지만 일부러 왼손으로 삐뚤빼뚤 쓴 글씨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정형화된 서법(書法
)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문자는 상징적 기호로 읽힌다.
그럼에도 장유진의 그림을 보면서 시서화(詩書畵)가 한 화면에 담긴 전통 문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시대변화에 따른 표현방식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장유진이 감당 해야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