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의 나무 - 여행자의 이야기
26th Jan. ~ 14th Feb. 2013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근처인 반데이민쩌이Banteay Meanchey주, 그 중에서도 오지인 사무렁Samlong 마을을 들어가다 보면 남따우Namdau 마을과의 경계에서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게 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 너른 평야에 홀로 우뚝 선 나무는 간혹 일상에서 쓸쓸한 감상에 곧 잘 빠지는 사람들의 자의식을 닮아 있었다. 비록 나무일뿐이지만 때로 어떤 형태의 나무들은 특별하게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의 상태를 반영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에 치성을 드리거나 섬기기도 한다. 여기서 나무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잇는 하나의 '표지標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표지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이자 연결이며 인식의 시점이자 전환의 고리이다.
나는 여행 중에 사무렁 마을과 남따우 마을의 경계에 서있던 무명의 나무를 보며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표지標識'를 떠올렸다. 그는 인생에 있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그것을 미리 알리는 징조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인생의 전환점을 미리 알려주는 이러한 징후를 그는 삶의 중요한 '표지標識'라고 생각했다. 나는 마을과 마을의 경계에 서있는 그리고 나의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서있는 나무를 보며 경계, 전환, 고리, 징후 따위의 어휘와 그리고 그가 말했던 바로 표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나무의 이름을 '코엘료의 나무'라 지었다. 나의 삶에서 만나는 표지들, 때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인식하기조차도 힘든 그 표지들에 대한 현실적인 상징을 마련했다. 그로인해 나는 이제 인생의 표지들을 더 한층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코엘료의 나무'와 같은 '표지標識'들은 사람들 곁에 무수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표지들을 만날 때 마다 우리는 깊게 고뇌하거나 더없이 인생을 쓸쓸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주어지는 '표지標識'를 읽어내는 지혜의 눈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해 보이며 나는 여행에서 만났던 다양한 표지들을 시각적으로 상징화한 사진이란 매체를 통하여 삶에 대한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시작해보려 한다. '코엘료의 나무'로 지칭되는 내 인생의 표지를 또는 삶의 메타포를 상징으로 이끌어내고 간결화 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의 인생에 있어서도 모호하거나 피상적인 그들 삶의 표지들이 명료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삶의 길눈을 밝히는 작업, 여행자로서 이야기하는 '코엘료의 나무'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전시과정에서 보다 농밀하게 완성시키고 싶다.
< 작가의 글 >
